문화적 소수가 된 기독교.. 순종하며 하나님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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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길을 잃었다.
여기저기서 "이 길이야"라고 소리치지만, 그 소리에 마음 빼앗기기보다 차분히 탐색하는 것이 옳다.
위기에 처한 교회를 구할 전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그러면 하나님이 일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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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길을 잃었다. 여기저기서 “이 길이야”라고 소리치지만, 그 소리에 마음 빼앗기기보다 차분히 탐색하는 것이 옳다. 나의 인생은 교회에서 자라,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에 실망하고, 다시 교회에 대해 희망을 품어보려 안간힘을 쓰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도 ‘에클레시아’였고, 최근에도 교회에 대한 책을 두 권 냈다. 지역교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내 인생의 책이라면 당연히 교회에 대한 책들인데,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요즘 내 생각을 사로잡고 있는 책을 소개한다.
앨런 크라이더의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IVP)는 로마제국의 변방에서 출발한 미약한 예수 운동이 제국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장한 매력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놀랍게도 초기 교회는 열심히 전도하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끊임없이 인내를 강조했다. 매력적인 교회를 세우는 전략이 무엇인가. 인내가 답이라는 말은 전략이 없다는 말이다.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이던 초기 교회가 성장을 이루어 낸 비결을 ‘발효’라는 말에 담았다. 배추 무 고춧가루 젓갈 등의 재료를 담아 놓고 기다리면 그 개개의 재료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맛이 나온다.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김치다. 그 신비한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면, 돈도 권력도 없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말씀 따라 살았던 그 삶이 독특한 문화를 이루었고, 그들의 삶의 방식이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을 발했다는 사실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이다.
그렇게 자라가던 교회가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다른 환경을 맞는다. 제국의 신민들을 빨리 기독교화하려는 조급성이 발동하여, 묵묵히 순종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인내를 잃어버렸다.
저자 앨런 크라이더는 재세례파로 불리는 기독교에서 소수파에 속한 학자이다. 아우구스티누스로 대표되는 주류 전통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소수파들의 목소리들을 경청해야 할 때다. 기독교가 아무 권력도 갖지 못했던 시기에 가졌던 독특한 생명력을 포착하는 데 주류의 신학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우리는 다시 기독교가 문화적 소수가 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교회를 구할 전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우리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로 사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이 일하실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종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전략에 있지 않고 태도에 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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