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은 고립된 섬 같아.. 이야기만 들어줘도 위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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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자살로 남겨진 유가족은 위로를 받기 전 자살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부터 받았다.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에 맞춰 지역 자살예방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유가족 모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치유의 과정을 거친 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유자(67)씨는 보건복지부가 위촉한 자살 유족 동료지원활동가로 유가족을 돕는 상담가가 되기 전 본인도 자살 유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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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자살로 남겨진 유가족은 위로를 받기 전 자살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부터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1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19년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수는 1만3799명이다. 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가 추산한 자살 유가족은 14만명이다.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에 맞춰 지역 자살예방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유가족 모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치유의 과정을 거친 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유자(67)씨는 보건복지부가 위촉한 자살 유족 동료지원활동가로 유가족을 돕는 상담가가 되기 전 본인도 자살 유가족이었다. 2014년 남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뒤 2017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라이프호프 사무실에서 만난 윤씨는 “자살 유가족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동생을 돌보고자 배웠던 정신상담 경험은 자살 유가족을 돕는 도구가 됐다.
윤씨는 “자살 유가족 대부분은 주위의 편견,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 부모, 형제끼리 책임을 전가하다가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윤씨도 동생의 사망 후 2년간 심한 무력감 속에 살았다. “주일이었어요. 예배 중에 휴대전화를 꺼놨다가 켰는데 112에서 전화가 여러 통 와 있는 거예요. 덜컥 겁이 나 전화했더니 경찰서에서 동생의 소식을 전하더군요.”
어떻게 경찰서까지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타살을 염두에 두고 동생 사망 시간 전후 윤씨의 동선을 묻는 경찰의 질문도 상처가 됐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자살 유가족 상담을 시작하면서 그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었다.
윤씨는 자살 유가족을 상담하면서 가족의 자살 사망 후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수 잘 믿는 가정이라더니 어떻게 저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는 눈초리를 견디기 힘들고, 교회 공동체의 밝은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와 같은 말실수도 비일비재했다. 말하지 않아 몰랐을 뿐 자살 유가족들은 교회 안에 생각보다 많은데 그에 대한 배려는 적다.
“각 교단에서 자살 사망자에 대한 신학적 정립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살 사망자의 장례나 추도예배에 대한 매뉴얼도 필요하고요. 자살 유가족에게 자조모임과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살 유가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의 8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자살 유가족을 돕는 것은 또 다른 자살을 예방하는 길이에요.”
윤씨는 앞으로도 고립된 섬 같은 자살 유가족을 서로 잇는 다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 “미혼모 쉼터나 학대 아동을 위한 쉼터처럼 자살 유가족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자살 유가족이 잠시나마 아픔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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