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2021. 9.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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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입회식에 참석한 데릭 지터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7)가 마침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했다.

지터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클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1월 22일 열린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에서 총 397표 중 396표를 얻었다. 지난 2019년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입회한 전 동료 마리아노 리베라에 이어 역대 2위 득표율(99.7%)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9일 열릴 예정이던 입회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연기돼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열렸다.

지터는 이날 자신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래리 워커, 테드 시몬스, 마빈 밀러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다. 이것 이상은 없다”며 기뻐했다.

입회식에는 호르헤 포사다, C.C. 사바시아 등 지터와 양키스 왕조를 이끈 동료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다른 종목 스타들도 지터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단상 위에 오른 지터를 향해 팬들이 환호했다.

숫자로 보는 지터

지터는 “이런 환호성을 듣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잊고 살았다”라고 화답한 뒤 “양키스 유니폼을 입으면 큰 책임이 뒤따랐다. 나는 열정적이고 충성스럽고 도전적인 당신들(양키스팬)과 뉴욕을 대표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이들을 향해 감사 인사도 전했다. 지터는 MLB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 통산 755홈런을 기록한 행크 애런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고, 조 토레 전 양키스 감독과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양키스 구단주 등에게도 인사했다. 아내와 두 딸에게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에는 선수의 얼굴과 업적이 새겨진 동판이 걸린다. 이 동판에서 지터를 소개하는 첫 문장은 ‘양키스 왕조의 심장 박동(the heartbeat of a Yankees dynasty)’이다. 지터는 양키스에서만 20시즌(1995~2014) 동안 뛰며 통산 2747경기에 출전했다. 양키스가 가장 위대한 시기에 가장 위대한 스타이자 리더였다.

그는 공·수 능력을 두루 갖춘 유격수였다. MLB 통산 타율 0.310, 260홈런, 1923득점, 1311타점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5회씩 수상했다. 올스타에도 14번이나 선정됐다. 특히 가을에 유독 강했다. 포스트시즌에서만 200안타, 20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2000시즌 월드시리즈에서는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2001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한국인 빅리거였던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친 장면은 국내 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5번(1996·1998·1999·2000·2009시즌)이나 이끌었다.

지터는 입회식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만장일치 입회가 무산된 점을 상기시키며 “모든 야구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한 명만 빼고”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울러 MLB 선수들을 향해 뼈있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터는 “경기보다 큰 선수는 없다. 야구가 계속되는 것은 훌륭한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야구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터는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최고 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이제 선수가 아닌 경영자의 시선으로 MLB 콘텐트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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