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드루와' 해주세요" 그 빌런.."가슴에 남는 배우 되고파" [인터뷰 종합]

김유진 2021. 9. 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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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정재원이 '인질'을 통해 첫 영화에 도전했다. 황정민을 비롯해 함께 인질범을 연기했던 동료들과 쌓았던 소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앞으로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정재원은 9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다. 

'인질'에서 정재원은 극 중 빌런 조직의 일원이자 황정민의 오랜 팬인 용태 역을 연기했다. 인질이 된 황정민에게 "'드루와, 드루와' 그거 한번만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분노의 '드루와'를 이끌어 낸 인물이다. 용태는 빌런 조직의 일원임에도 인질인 황정민을 신기해하며 빤히 쳐다보는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한번 화가 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모습을 보여준다.


1987년 1월 생으로 연극 '옥탑방 고양이', 뮤지컬 '라이어'와 '빨래' 등을 통해 무대에서 활약해 온 정재원은 '인질'을 통해 첫 영화에 도전하게 됐다.

2년 전인 2019년 8월 촬영을 마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미뤄지며 올해 여름에서야 관객들을 만나게 된 '인질'의 개봉을 가장 절실하게 기다렸던 이들 중 한 명이 정재원이기도 했다. 정재원을 포함해 인질범을 연기한 배우들은 영화 개봉 전까지 그 정체가 비밀에 부쳐지며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정재원은 "빌런이 비밀병기같은 느낌이었지 않나. 저는 (개봉 전까지 정체를 알리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기대감이 좀 더 컸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또 관객 분들은 어떻게 봐주실까'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는 마음껏 얘기하는데, 못 본 분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아주 일부분만 얘기하고 있다. 좀 더 궁금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렇다"며 웃었다.


"'인질' 시나리오는 물론, '인질'과 관련된 흔적 하나하나를 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을 이은 정재원은 "제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이 '인질', '정재원', '용태' 이 세가지를 검색해 보는 일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라 신기하고 재밌다. '잊지 못할 얼굴을 가진 용태 역의 정재원'이라는 표현을 해 주신 분이 있었는데, 감사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부모님이 영화가 개봉한 아침, 첫 영화로 보셨었다. 정말 행복해하시면서 전화를 주셨었다.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시더라. 아들이 이렇게 훌륭한 영화에 기적같이 나와서 연기를 했다는 것에 아직도 행복해하고 계신다. 정말 축복이고 기적이다"라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인질' 오디션에 참여한 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고 있던 찰나 합격의 연락을 받았고, 실제 팬이었던 황정민 앞에서 2차 오디션까지 마치며 그야말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000대 1의 경쟁률을 똟고 모인, 자신을 포함한 5명의 인질범을 만났을 당시 "한 명 한 명 눈빛이 무섭더라"고 떠올리면서 "술자리를 한 번 갖고 나서 그 첫인상이 한 번에 다 바뀌었다. 정말 다 좋은 사람들이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열정을 다했던 현장 속, 정재원은 "이렇게 크고 굉장한 이야기에 내가 들어가서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컸었다. 또 이걸 해내면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 마음은 연극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었다"라고 되짚었다.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인질'을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신다면, 황정민 선배님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가 살짝만 해도 (황)정민 선배가 확실히 리액션을 해 주시니까, 그 에너지가 또 잘 전달됐다. 편하게 하라고 얘기해주셔서 힘을 많이 얻었다. 정말 죄송했지만 무례함을 무릅쓰고 정민 선배를 때렸다"고 얘기했다.

나름대로 캐릭터의 리얼함을 위해 디테일을 신경쓰며 연기를 이어갔다. 정재원은 "티가 정말 안 날 수도 있는데, 외모적으로는 양쪽 눈이 짝눈처럼 보이게 하는 그런 설정을 넣었다. 또 정말 좋아하는 배우를 만난 팬의 모습처럼, 기대와 격앙된 감정이 같이 있는 순수함에서 오는 괴리감을 목소리나 연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질'이 개봉하면서 무대인사를 통해 현장에서 만났던 관객들을 향한 고마움도 전하며 "결국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또 영화든, 관객들로 완성되는 것이지 않나. 그 분들이 없었으면 저희 영화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무대인사에서는 관객 분들이 용태가 귀엽다는 내용으로 플래카드도 만들어주셨는데 진짜 행복했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빌런의 모습과는 다른, 밝은 에너지를 자랑하며 유쾌하게 말을 잇던 정재원은 "물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현실적인 금전적 문제도 있고,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계속 좋을 수만은 없지 않나.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돌아보면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또 요즘 수십번 씩 하고 있다"며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 때 꿈을 놓지 않은 제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얘기한 정재원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극과 뮤지컬, 영화든 드라마든 모두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최종 목적지라고 칭하기보다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게 가슴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인데, 그렇게 사람들을 웃고 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속내를 전했다.


인터뷰 말미, 못다한 얘기를 꺼내며 "배우 지망생 친구들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정재원은 "제게 조금이라도 조언을 구하는 주변 친구들에게 저는 '이대로만 해라, 더 하려고 덜 하려고 하지도 말고 꾸준히 이대로만 해라'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할 수 있다'고 그랬었다. 저도 이렇게 웃었으니까, 언제든 웃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그 말을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질'은 지난 달 18일 개봉해 8일까지 14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사진 =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NEW, 정재원 인스타그램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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