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수출' 또 성공.. 시애틀 에이스로 거듭난 플렉센
[유준상 기자]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빅리그에서 기회를 잡게 되는 이른바 '역수출' 사례가 수 년간 꾸준하게 탄생하고 있다.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 등이 대표적이다.
▲ 크리스 플렉센이 9일(한국시간 기준) 열린 시애틀-휴스턴 경기서 중계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메이저리그 유튜브 갈무리. |
ⓒ MLB |
부상 털고 돌아와 두산을 KS로 이끌었던 플렉센
2019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2020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원투펀치에 큰 변화를 주었다. 두 자리를 모두 강속구 투수로 채우고 싶었던 두산의 선택은 라울 알칸타라(현 한신 타이거즈)와 플렉센이었다.
두산에 오기 전까지 이미 3년간 빅리그를 경험한 플렉센은 뉴욕 메츠서 통산 27경기 68이닝 3승 11패 ERA 8.07로 크게 눈에 띄지 못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5월 한 달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지만, 7월 16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 도중 강습 타구에 맞으면서 왼발 골절상을 입었다. 검진 당시 한 달 이상 출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8월까지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놀라운 것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플렉센의 위력이 더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10월에만 4승을 수확하면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크게 기여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5경기 28.1이닝 2승 1패 1세이브 ERA 1.91을 기록하면서 에이스로서의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자신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양의지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는 등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시리즈의 흐름을 NC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럼에도 10월 이후에 플렉센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라면과 김치 그리워한 플렉센, 시애틀 에이스로 우뚝
부상의 여파로 정규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하진 못했으나 짧고 굵은 플렉센의 활약상은 빅리그 구단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결국 2020시즌 종료 이후 시애틀과 2년 계약에 합의했고, 보장 금액만 약 475만 달러(51억 원)에 달했다.
시애틀은 계약할 때부터 플렉센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올초에는 시애틀 제리 디포토 단장(현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이 직접 플렉센의 선발진 합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시즌 초반부터 그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
빅리그 복귀 후 첫 경기였던 4월 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서 첫승을 거둔 플렉센은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돌았다. 특히 올해 26경기 가운데 3경기를 제외하고 전부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시애틀 선발진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현재 플렉센의 성적은 26경기 11승 5패 ERA 3.56으로, 아메리칸리그 기준 다승(공동 5위)과 ERA(5위) 부문을 비롯해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90개로, 보스턴 레드삭스 네이선 이볼디(1.65개)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잭 그레인키(1.80개)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9일 열린 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3회초가 진행되는 동안에 헤드셋을 끼고 중계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특히 두산 시절 정규시즌 성적이 표기된 자막과 함께 중계진이 KBO리그 시절과 관련한 내용을 묻는 질문을 던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라면과 김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플렉센은 만족스러웠던 한국 생활을 떠올리기도 했다.
현재 선두 휴스턴과 5.5경기 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는 시애틀은 여전히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플렉센이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발장 수신처 '대검 공공수사부장' 친윤? 반윤?... 징계결정문의 힌트
- 고발장 건네진 전날, '제보자'는 라디오에서 "한 검사장" 5회 언급했다
- 추미애, 두 달 전 '손준성' 공개 언급 "윤석열이 손OO 그대로 두라 엄호"
- 재개발 동네 붉은 X, 그거 당연한 거 아닙니다
- 나는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그리고 연극배우입니다
-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재명 27% 선두, 윤석열 24.2%... 홍준표 15.6% 급상승 - 오마이뉴스
- [야권 후보적합도] 홍준표 역전 1위 - 오마이뉴스
- 다 큰 어른이 초등학생들 틈에서 소나티네를 칩니다
- 상반기 36명 늘어난 산재... 통계에 빠진 투명인간들 있다
- "국정원 불법 해외공작, 매국이자 반역행위... 책임자 처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