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시동 건 메타버스에 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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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을 보다 헛웃음이 나는 경우가 많다.
문체부 확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매일 약 1만2000건의 기사제목을 검색하고, 제목에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외국어가 사용된 경우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을 알려준다.
권고대상이 된 기사의 제목은 '벤처기업 스톡옵션 발행요건 완화, 처분 때 양도소득세로 납부'였고, '스톡옵션'을 '주식 매수 선택권'으로 바꿔 쓰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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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기사 제목을 보다 헛웃음이 나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낚는' 제목에 속았을 때나 지나친 단순화, 왜곡으로 사실을 잘못 전하는 제목에는 화가 난다.
운율 맞춰 뽑느라 애쓴 노고는 알겠으나 재치보다는 무리수로 읽히는 제목을 봤을 때는 오글거림과 동종업계인에 대한 안쓰러움이 섞여 웃음이 난다. 예를 들면, "MZ세대 타라. 메타버스 시동 건 기업들", "정치권, 메타버스행 버스 탄타" 이런 류의 제목들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실제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사용자의 디지털 분신인 아바타(Avatar)가 활동하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 단지 한글 표기가 '버스'로 끝난단 이유만으로, 덩치 큰 대중교통수단과 엮이고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지난 달 배포한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정한 '다듬은 말' 관련 보도자료를 보니, 메타버스의 다듬은 말은 '확장 가상 세계'다. 한결 낫다.
문체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에 '쉬운 우리말 사용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란 엄숙한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보낸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다. "기사를 보도할 때 낯선 외국어 사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국민들을 위해 쉬운 우리말과 한글로 기사를 작성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간 써온 기사들의 언어에 무슨 큰 문제가 있었나 싶어 부끄럽고 난처한 마음을 달래며, 동료 기자들은 어떤가 물어보니, 그들도 이미 같은 이메일을 여러 통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문체부 확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매일 약 1만2000건의 기사제목을 검색하고, 제목에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외국어가 사용된 경우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다음 번 기사에서는 우리말을 사용해달라고 권고하는데, 그렇게 매일 발송하는 권고 메일은 약 360건이라고 한다.
권고대상이 된 기사의 제목은 '벤처기업 스톡옵션 발행요건 완화, 처분 때 양도소득세로 납부'였고, '스톡옵션'을 '주식 매수 선택권'으로 바꿔 쓰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런 이메일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문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공감하더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은 짧게 표현해야 하는 제목에서 우리말로 쉽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본문에서는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긍정적인 인식 개선, 행동 변화의 모습을 전했다.
문체부 권장 다듬은 말에는 메타버스 외에도 팬데믹(세계적 유행), 비말(침방울), 드라이브스루 진료(승차진료), 부스터샷(추가접종), 코로나 레드(코로나 분노), 메디 푸어(의료 빈곤층), 쇼룸(체험전시실),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거리 두기),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홈코노미(재택 경제 활동), 오너 리스크(경영주발 악재),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 등 한둘이 아니다.
한글전용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언론매체가 큰 고민 없이 외국어, 외국어와 우리말 혼합 신조어를 남발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주는 문체부에 감사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과 사물이 생겨나고, 언어의 변화와 전파 역시 아찔하게 빠른 지금,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쉽고 더 정확하게, 되도록 우리말로 더 잘 써봐야겠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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