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딸·누나 아닌 '내가 날 부를 때', 나의 우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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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중국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소개된 '내가 날 부를 때'는 중국에서 여자, 그리고 누나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걸 포기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만연한 사회적 인식과 이를 거부하는 일명 '요즘의 여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면서 일어난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딸'로 태어난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암묵적인 차별이 2030세대들의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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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원, 한국계 아역배우
국내에 중국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소개된 '내가 날 부를 때'는 중국에서 여자, 그리고 누나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걸 포기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만연한 사회적 인식과 이를 거부하는 일명 '요즘의 여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가족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무조건적인 희생과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안란(장쯔펑)은 교통 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고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 안쯔헝(김요원)을 떠맡게 된다. 안란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남동생 안쯔헝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다. 동생이 미운건 아니지만 낯설다. 친척들은 안쯔헝을 안란이 맡아 키울 것을 강요하지만, 그러면 자신의 꿈을 포기 해야 한다. 안란은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내 인생도 있다"면서 외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매정한 누나로 비쳐진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안란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동생을 입양 시킬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 수록 안란이 왜 이토록 자신을 지키고 싶어했는지 이유가 밝혀진다.
안란의 고모는 어려서부터 안란의 아버지를 위해 희생을 당연하다는 듯이 여긴 인물이다. 물론 불합리함과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입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란에게도 이같은 희생 강요한다. 하지만 안란의 진심과 속사정을 알고 따뜻하게 지지해주는 인물 역시 고모다.
극중 안란이 태어난 시기는 중국이 1978년부터 강제시항한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을 때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가족 구성원 수와 출산을 계획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정책이다. 부모는 안란이 장애가 있다고 속이고 아들을 갖고 싶어했으나 실패했다. 그리고 가끔 그 원망이 안란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안쯔헝은 정책이 폐지된 이후 태어났다. 딸이라는 이유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안란의 성장 배경이 영화에 주요하게 작용한다. 안란이라는 특정 인물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회 문제를 비춰내는 방식이다. 이외에 깊게 자리잡은 남아선호사상과 가족 내 여성이 차별받는 문제는 안란의 주변에서도 포착된다.
이 영화는 올해 중국에서 총 흥행 수익 1520억 원, 2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면서 일어난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딸’로 태어난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암묵적인 차별이 2030세대들의 공감을 얻었다.
안란을 연기한 장쯔펑의 단단함이 돋보인다. 가녀린 체구지만 주변의 시선과 손가락질,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도 당당히 맞서는 안란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연기했다. 위태로웠던 마음을 숨기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안란의 감정변화는 장쯔펑의 연기가 개연성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하게 한다.
영화는 '안녕, 소년'(2020)으로 상하이국제영화제를 비롯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던 1986년생 여성 감독 인뤄신의 두 번째 작품이다. 9일 개봉. 러닝타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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