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예상대로 강한 이란, 10월 원정 유럽파 이원화 필요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첫 일정이 끝났다. 한국은 이라크, 레바논과 9월 홈 2연전에서 1승 1무, 1득점 무실점으로 명확한 숙제를 확인했다.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고전, 그리고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다.
이번 일정은 향후 이어질 첫 경기 홈, 두 번째 경기 서아시아 원정이라는 혹독한 사이클 전이었음에도 이라크전 이후 손흥민이 부상을 입었고, 레바논전의 경우 파울루 벤투 감독이 "45분 이상을 소화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을만큼 황의조의 체력이 떨어졌다.
당연한 일이다. 손흥민과 황의조 모두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이례적으로 많은 일정을 소화했고, 한국 나이로 서른에 이르렀다. 신체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친 선수들은 제아무리 '클래스'가 있어도 '폼'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력 발휘를 위해선 관리가 필요하다. 더구나 하필 6개 팀이 한 조로 묶이는 최종예선에서 만나는 5개 팀이 모두 신체 조건이 좋고 거칠며 원정 이동 거리가 먼 서아이사 팀으로 구성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일본 대표팀은 당장 이번 9월 A매치 기간 유럽파들의 체력 저하로 인한 고전을 체험했다. 9월 2일 오만과 B조 1차전에서 수중전 속에 0-1 패배를 당한 일본은 7일 중국 원정을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서 치렀다. 중국이 정부 지침에 따라 해외 입국자 3주 의무 격리를 고수하면서 모든 홈 경기를 카타르에서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과 2차전에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대부분 경기를 지배했으나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발이 무뎠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평소보다 둔한 모습을 보였다. 오만과 1차전에 섭날 명단에서 빠진 채 어느 정도 체력을 관리한 2001년생 어린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만이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러한 일정 속에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거나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유럽파에게 무리다. 미나미노 다쿠미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에이스로 꼽힌 가마다 다이치도 오만과 1차전 선발 출전 후 2차전 중국 원정은 후반전 중반에 조커로 투입됐다.
한국 역시 10월부터 이어질 월드컵 예선 일정에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 선수들을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전시키거나 풀타임으로 기용하는 것은 무리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와서 경기하고 다시 서아시아로 이동해 여독과 역시차를 겪으며 경기하는 것은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준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져 아예 다음 달 월드컵 예선 일정부터는 기용할 수 없는 상황이 처할 수도 있다.
홈에서 치를 첫 경기를 국내 및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 위주로 운영하고 서아시아 원정으로 유럽파를 바로 집결시켜 이원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럽파 선수들이 힘든 서아시아 원정 경기에 체력과 정신 모두 온전히 집중하고, 상대가 원정의 어려움을 겪을 홈에서는 젊고 쌩쌩한 선수들로 치르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레바논과 경기에 조규성, 이동경, 나상호 등 K리거를 공격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외에도 이동준을 비롯해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소집 가능 선수들이 있다. 벤투 감독은 이러한 문제와 관계없이 엔트리 인원 23명을 넘는 26~27명대 선수들을 대표팀에 소집해온 바 있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황인범, 김민재 등 2021-22시즌 빡빡한 유럽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기용 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이란은 한국이 0-0으로 비긴 이라크와 2차전에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헤더로 선제골을 넣으며 상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신속한 역습과 측면 플레이, 안정적인 중원 볼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이라크를 압도했다. 놓친 기회들을 고려하면 4-0, 5-0으로도 이길 수 있었다. 한국을 상대로는 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 예상된다. 지금 경기력으로 이란 원정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진=서형권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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