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남은 중동 원정, '손' 관리 더 신경 써야

박린 2021. 9.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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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10월에는 2만km 넘는 이동
EPL 경기 치르고 11시간 날아와
이틀 만에 이라크전 풀타임 출전
결국 종아리 부상 레바논전 결장
종아리 부상으로 레바논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손흥민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앞으로 중동 원정을 5번이나 가야 하는데, 한국 축구 대표팀 차원에서 ‘캡틴 손’ 손흥민(29·토트넘) 관리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지난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레바논을 1-0으로 꺾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킥오프 2시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손흥민이 전날 훈련 후 우측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꼈다. 우측 종아리 근육 염좌 진단을 받아 선수 보호 차원으로 제외했다”고 밝혔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손흥민은 찬스를 놓치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고, 후반 15분 권창훈(수원 삼성)의 골이 터지자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그라운드로 내려간 손흥민은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하고, 심판에게 상대의 ‘침대 축구(자주 드러누워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를 어필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은 4일 훈련하다가 통증을 느꼈고, 6일 다시 불편함을 호소했다. 레바논전에 출전시키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탈 날 만했다. 지난 2일 이라크와 최종예선 1차전에 풀타임을 뛰었다. 지난달 31일 입국한지 약 50시간 만이었다. 이라크전을 앞두고 손흥민은 지난달 29일 왓포드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곧바로 런던에서 서울까지 11시간, 8860㎞를 날아왔다. 손흥민과 같은 날 프랑스에서 들어온 공격수 황의조(29·보르도)는 이라크전은 풀타임, 레바논전은 후반 45분만 뛰었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는 45분 이상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의 종아리 부상에 대해 “손흥민은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는데, 격렬하게 뛰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장기적으로 보고 부상 방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황의조는 컨디션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레바논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 내려 온 손흥민(오른쪽)이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강남제이에스병원 송준섭 원장은 “표현은 ‘근육 염좌’지만 ‘근육 긴장’이다. 긴장은 원, 투, 쓰리(1~3) 단계가 있는데, 1단계인 경우 며칠 쉬면 좋아진다. 하지만 ‘긴장’ 다음 단계가 ‘파열’이다. 파열이면 6~8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준섭 원장이 직접 손흥민을 진찰한 게 아니라 그의 정확한 상태는 알 수 없다. 1단계는 근육이 부어 콕콕 쑤시는 가벼운 상태이며, 3단계는 근육이 끊어지고 찢어지는 최악의 상태다. 송준섭 원장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손흥민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이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것은 맞다. 입국 이틀밖에 안된 ‘손-황 듀오’를 이라크전에 풀타임 기용한 게 독이 됐다. 물론 감독이라면 누구나 중요한 1차전에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선수 기용에 있어서 유연함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트레이너 출신 이승재 가천대학교 운동재활학과 겸임교수는 “출전 여부는 코치와 선수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뒤 “다만 장거리 이동에 입국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면 웬만하면 후반에 상황을 보고 투입을 결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아마도 책임감이 강한 손흥민이 콘트롤할 수 있다고 얘기했을 수도 있다. 솔직한 몸 상태를 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라크전 후 “이틀 만에 어떻게 잠을 잘 자고 경기를 잘 할 수 있겠나. 하지만 몸 상태를 탓하는 건 핑계다.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손흥민은 앞서 부상 경고등이 켜진 적이 있다 지난달 토트넘 경기 도중 교체돼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정상 복귀한 바 있다.

8일 인천 공항을 통해 영국으로 출국하는 손흥민(오른쪽)과 황희찬. 왼쪽은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씨. [연합뉴스]

8일 출국한 손흥민의 이번 소속팀~대표팀 왕복 이동거리는 1만7720㎞다. 다음달 7일 시리아와 홈 3차전, 12일에는 이란과 원정 4차전을 치러야 한다. 런던→서울→테헤란(이란)→런던까지 이동 거리만 2만㎞가 넘는다.

‘더 선’, ‘이브닝스탠다드’ 등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의 종아리 부상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토트넘도 비상에 걸렸다. 손흥민은 11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출전이 불투명하다.

토트넘은 주말 경기에 최대 7명이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스티븐 베르바인(네덜란드)이 A매치에서 다쳤고, 잉글랜드 21세 대표팀 올리버 스킵과 라이언 세세뇽이 부상을 입었다. 남미 예선을 다녀온 지오바니 로 셀소, 크리스티안 로메로(이상 아르헨티나), 다빈손 산체스(콜롬비아)도 격리 문제로 출전이 어렵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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