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밀리터리] 군대가 무능한 게 아니라 지휘관이 무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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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각오한 2010년 연평도 사격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폭격
중대 위기 때는 전략적 결정 필요
외교차관이 북 원자로 가동 두둔
중공군 미화한 영화 허용 논란도
#상황 1=2010년 12월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삼각지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는 침묵이 흘렀다. 해병대가 연평도 서남방 해역에 사격훈련을 시작할 참이었다. 사격할 해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이지만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곳이었다. 북한은 3일 전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연평도 포 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을 가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날 해병대의 사격훈련은 한 달 전인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응 차원이었다. 당시 북한군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연평도 시내는 불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일의 해병대 사격훈련은 고심 끝에 계획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해병대가 사격훈련을 하면 북한군은 또다시 도발해올 가능성이 커서다. 그래서 사격훈련계획에는 북한이 재차 도발할 경우 자위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해 우리 측 피해가 커지거나 확전할 경우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모두 정치적인 명운을 걸어야만 했다. 물론 국방부는 반드시 이긴다는 계산이 있었다.
"적이 도발하면 계획대로 하라"
사격훈련이 있던 20일 오전 김 장관은 “창군 이래 이렇게 대비하기는 처음이다”면서 “적(북한)이 도발하면 계획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국방부와 합참은 육군 1ㆍ3군과 해ㆍ공군 및 해병대 등 전방의 모든 부대에 전투준비를 명령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K-9 자주포 등 야포는 물론, 필요시엔 공군 전투기까지 동원할 참이었다. 김 장관은 “현 상황은 어차피 거쳐야 할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며 “그래야 북한의 도발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20일 오후 2시 30분. 사격훈련이 시작됐다. 해병대는 K-9 자주포부터 시작해 전차와 해안포 등을 쐈다. 김 장관을 비롯한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는 말없이 북한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북한군은 조용했다. 의외였다. 합참 벙커에는 긴장 속 침묵이 지속했다. 해병대의 사격은 재개됐다. 이번엔 구경 105㎜ 야포 등을 쐈다. 그렇게 엄포를 놓던 북한은 해병대가 사격을 종료한 이후에도 잠잠했다. 우리 군의 결연한 의지에 북한군 기세가 꺾인 것이었다. 이 사격으로 우리 군엔 자신감이 생겼다.
#상황 2=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나이 반도의 타바 국제공항 내 공군기지를 출격했다. ‘오페라 작전(Operation Opera)’이 개시됐다. 공격 대상이 이라크여서 ‘바빌론 작전’이라고도 부른다. 공격팀은 F-16A 전투기 8대와 F-15A 6대로 구성됐다. F-16A는 폭격이, F-15A는 공중 엄호가 임무였다. 전투기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라크로 진입했다. 이라크 상공에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고도 30m를 유지하며 은밀하게 비행했다. 1600㎞를 날아가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하는 장거리 작전이었다. 폭격 목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17㎞에 위치한 오시라크 원자로였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MK-84 폭탄 16발을 오시라크 원자로에 투하했고, 원자로는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위험천만인 바빌론 작전을 과감하게 수행한 이유는 이라크의 핵 개발 차단이었다. 이라크가 핵무기를 가지면 이스라엘엔 심각한 위기가 온다. 당시 이라크는 프랑스에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를 도입해 건설 중이었다. 원자로는 그해 6월 말이면 가동될 상황이었다. 원자로는 일단 가동되면 파괴할 수가 없다. 방사능 오염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다. 결국 이스라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가 원자로를 가동하기 직전에 파괴한 것이다. 이 작전으로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은 좌절됐다.
스스로 지킬 의지가 가장 중요
#상황 3=지난달 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 장면은 46년 전 베트남의 사이공이 북베트남 월맹군에 함락되던 장면과 흡사했다. 신뢰 구축과 검증이 없는 평화협정의 위험성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무책임한 행동’ ‘국익에 따라 동맹도 버린다’는 등 바이든 미 행정부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결정해놓은 사안인데도 비난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쏠렸다. 그러나 바이든은 철수를 강행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는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놓이면 과감한 전략적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군과 교전을 감수한 우리 해병대의 사격훈련이나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도 마찬가지다. 쿠바 미사일 사태 때 3차 세계대전을 감수한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의지도 그랬다. 미국은 앞으로 다가올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둘째는 미국은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아프간에 대해 희망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북한이 비난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해도 유구무언이다. 정부는 탈북 주민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는 불법도 저질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돼도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더 생산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면서 남북통신선을 복원하자 우리 정부는 반겼다. 정부의 관심은 북한 핵무기보다 통신선 복원에만 있었다.
심지어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이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는 최종건 외교부 2차관의 말은 가관이다. 북한의 원자로 가동은 한반도를 위협하고 유엔 결의 위반이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외교부 차관이라니 할 말이 없다.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동굴에 비친 그림자로 세상을 판단하는 사람들 같다.
한국전쟁 때 금성전투에서 중공군 승리를 영웅화한 영화를 정부가 국내 상영을 허가한 것은 더 심각하다. 금성전투는 휴전을 코앞에 둔 1953년 7월 강원도 김화 일대에서 중공군 24만명이 투입된 전투다. 이 전투로 우리 땅 193㎢가 북한에 넘어갔다. 전투에서는 국군 1만4000여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 및 실종됐다. 중공군은 2만7000명이 전사하고 3만8000명이 부상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군 5만여 명을 섬멸했다고 선전했다. 더구나 ‘1953 금성 대전투’라는 이 영화는 중국이 한국전 참전 70주년을 맞아 사과는 고사하고 한반도 침공을 정당화하며 중공군을 영웅시하기 위해 제작했다. 영화 수입사의 등급분류 취하 신청으로 결국 국내 배급이 불가능해졌지만 우리 사회에 소모적인 논란만 남겼다.
군기 무너지고 악성 사고 잇따라
군 지휘부는 또 어떤가. 군 인사가 정치권에 유린당하면서 군기는 무너지고 악성 사고가 계속 난다. 전방은 연이어 뚫리고, 군대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어떤 현역 병사는 지난해 입대한 이후 총을 한 번도 쏴보지도 못하고 전역하게 됐다고 했다.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가 됐다”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적에 “실전적으로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는 서욱 국방부 장관(지난 6일) 말을 진실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무능한 군 지휘부가 군대를 망치고 있다. 최근 청주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가정보원은 묵묵부답이다. 군 수사기관은 북한 고정간첩을 2만∼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계기로 우리의 안보 상황을 되돌아보면 속이 탄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영달이나 멋을 내라고 그 자리를 준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군 지휘부는 북한과 중국 눈치를 보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결국엔 나라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다. 국민의 준엄한 정언명령인 법 정신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1838년 링컨 대통령의 '우리 정치제도의 영속화' 연설 한마디만 기억하자. “법을 어기는 것은 자기 아버지의 피를 짓밟는 일이며, 자기 자신의 인격과 자녀의 자유를 파괴하는 일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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