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련의 휴먼임팩트] 코로나 세대에 취업을 허하라

2021. 9. 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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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청년세대는 각종 정책의 실험대상이 되거나 시대 상황의 제물이 되기 쉽다. 김대중 정부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특기 하나만으로도 대학갈 수 있게 한다는 신념으로 각종 학력고사, 모의고사,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했다. 학생들은 정부 발표만 믿고 편안하게 있었는데 정작 2002학년도 입시에 첫 적용한 수능은 소위 ‘불수능’으로 수험생 점수가 대폭 하락하여 큰 혼란에 빠졌었다. ‘단군 이래 최저학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은 ‘이해찬 세대’가 탄생한 배경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코로나 세대’가 있다. 지난해와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21학번’ 신입생들은 대부분 강의실 구경 한번 못했고 동아리 활동이나 선후배 간 친교 기회도 없었다. 취업을 앞둔 3, 4학년들은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격근무 확산으로 방학 중에 변변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기회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들도 줄줄이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 수시채용은 경력자에만 유리
신규졸업자 취업문 더 좁아져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악영향
정기공채·수시채용 병행해야

디지털 경제 확산과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은 산업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기업들은 백지 위에서 다시 그림을 그리는 심정이다. 첨단 분야의 인재 부족과 각종 규제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는 기업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신규 졸업자보다 현장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경력자를 찾게 되고, 중소기업이 애써 키워놓은 숙련자들이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대규모 신규직원을 뽑아 가르쳐서 활용하는 정기 공채방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시채용을 통해 직무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족집게로 가려내겠다는 기업의 취지를 알기에 코로나 세대 취업준비생들은 낙담한다. 취업상담 전문가들이 해주는 충고는 “취업 정보를 놓치지 말고 인턴을 비롯한 직무 관련 경험을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나홀로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무기력하게 생활하던 대다수 코로나 학번들이 수시채용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은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심화이다. 경력을 중시하는 수시채용 확산은 신규 대졸자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반면 현직자에게는 더 많은 이동 기회를 부여해 취업의 양극화를 확대할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기공채가 없어지면 신규 졸업자의 구직 기간이 늘어나고 이는 그만큼 임금손실의 기회비용이 증가한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체되면 장기적으로는 국민총소득 감소로 이어져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요즘 다양한 맥락에서 절충적 접근인 ‘하이브리드’ 방식에서 문제 해결의 지혜를 얻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합쳐 연비는 높이고 환경오염은 낮추기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원격근무방식이 급속히 확산했고 평생을 약속한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과 월스트리트 금융기업 중심으로 원격근무의 한계를 지적하며 출근을 명령하자 직원들은 반발했다. 해법은 결국 1주일에 1~2일 정도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방식’에서 찾았다.

우리 기업들도 과업 특성상 경험과 전문성이 강조되는 일부 분야의 인재는 수시채용으로 확보하고 적어도 코로나 대유행 상황이 평정되고 고용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정기공채를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채용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수시채용을 통해 경력자를 뽑으면 당장은 업무수행이 매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잠재력과 열정만으로 채용된 신입사원들이 실무를 배우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 한편 사용자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기준에 다가가기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다.

청년세대가 취업난으로 입은 타격과 상흔은 기성세대보다 깊고 오래간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진단했다. 경제가 일부 정상화되더라도 코로나 세대의 뒤처진 취업과 경력 결핍의 여파가 향후 10년은 지속될 수 있다니 걱정이 크다. 기업이 전일제 정규 일자리는 억지로 만들기 어렵더라도 정기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해 예측 가능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면 팬데믹 상황 청년층의 고용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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