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좋아요 말고, 구독료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20대 때 사진 올리기가 유행했다. 나이 지긋한 ‘친구’들의 풋풋한 모습을 보며 ‘좋아요’를 열심히 눌렀다. 진심이었으나, 동시에 페이스북 문법에 충실히 따른 것이기도 했다. 페친에겐 인정과 지지의 메시지를, 페이스북 알고리즘에는 나의 관계 데이터를 보냈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주변의 20대들은 이 ‘아름다운’ 릴레이를 전혀 몰랐다. 20대는 20대를 추억할 필요가 없고, 그들은 페이스북도 안하니 그렇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20대는 왜 페이스북을 떠났을까. 뉴스로, 글로 치고받는 이 판은 재미가 없어서일까.
최근 급성장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와 미디어 시장에서 힌트를 찾았다. MZ 세대는 ‘좋아요’라는 인정보단 ‘지금 이 순간 소통’에 더 중점을 둔다. 코로나19 이후 실시간성은 특히 더 중요해졌다. 올해 초 유행한 소셜오디오 클럽하우스나, 같이 영화 보고 채팅하는 소셜 와칭, 함께 음원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소셜 리스닝이 요즘 떠오르는 이유다. 코로나시대의 MZ는 알고리즘이 짜준 막연하고 넓은 관계보다, 목적과 취향을 공유하는 작고 구체적인 커뮤니티를 선호한다.
MZ가 페이스북보다 실시간 소셜로 모여드는 또 다른 이유는 보상 체계에 있다. 여기선 창작자가 콘텐트로 돈 벌 수 있다. 오디오방을 개설한 호스트는 입장권을 팔거나 팁을 받을 수 있고, 틱톡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실시간 후원금을 받거나 정기구독 상품을 팔 수 있다. 콘텐트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나눠갖는 모델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속도는 좀 늦지만, 텍스트 시장도 이런 흐름을 따르는 중이다.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국내외에서 성장하고 있다. 필력을 자랑하는 유명 저널리스트나 작가들이 그리로 모여드니, 이들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비슷한 플랫폼을 사거나 만들고, 뉴욕타임스는 뉴스레터 필자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이 신문은 지난 8월말부터 유료구독자들에게만 뉴스레터를 보내준다. 콘텐트에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 더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유료화를 시작했거나 구상 중인 미디어들은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일간 이슬아’의 편지를 구독하던 2030은 자기개발을 위해 폴인이나 퍼블리 멤버십에 가입하고, 그곳에 글도 쓴다. 글 좀 쓴다는 전문가나 개인들은 수익모델이 확실한 블로그나 뉴스레터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좋아하면 구독료를 내는 게 진심이란 걸, 이제는 창작자도 소비자도 알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무료 노동을 통해 플랫폼 이익을 극대화한 ‘좋아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박수련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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