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D.P.
지난달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D.P.’가 인기다. 탈영병을 쫓는 헌병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의 이야기를 다룬다. 잘 짜인 각본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 등 인기의 비결은 다양하겠지만, ‘군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는 입소문을 탄 것도 주효했다. 영국의 리뷰사이트 ‘레디 스테디 컷’은 “올해 한국 드라마 중에서 최고다. 괴롭힘의 악순환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작품의 배경인 2014년에는 유독 군대 내 사건·사고가 많았다. 집단 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병영 문화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드라마 속에서도 집단 괴롭힘과 부조리한 병영문화에 고통받고 신음하는 나약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에 대선 주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산재로 군에 가지 못했지만 수십 년 전 공장에서 매일같이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픽션이지만 군내 가혹행위가 아직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당백의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와 지원병제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약했다”고 적었다.
‘강철부대’나 ‘진짜사나이’ 등 강인함과 전우애를 강조하던 프로그램과는 전혀 딴판인 드라마의 등장이, 군은 썩 반갑지 않은 눈치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D.P.’와 관련한 질문에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현실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에둘러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군 인권센터는 ‘강감찬함 정 일병 사망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 등으로부터 구타·폭언·집단 따돌림을 겪은 정모 일병이 지난 6월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러니 ‘군대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D.P.’의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소셜미디어(SNS)에 작품 창작 배경을 이렇게 적었다.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고. 군 관계자들의 ‘D.P.’ 정주행(끝편까지 시청)을 권한다.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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