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콘텐츠료 갈등, 원인은 '저가구조'.."라운드 테이블 앉자"

김은경 2021. 9.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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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P들, 시장 ARPU 기여도 낮아" vs PP "콘텐츠부터 키워야"
정부·전문가 "자율규제 지키되 '규제된 자율 거래 시스템'으로 전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개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홍익표 의원 유튜브 캡처

유료방송 시장에서 인터넷(IP)TV 등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PP)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으로 ‘저가 요금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8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온라인 세미나에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해외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침체했으며 PP의 수익성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PP, 해외 대비 수익성·대가 지급 비율 현저히 낮아

오픈루트가 해외 20개 국가 44개 플랫폼 사업자와 16개 국가 41개 콘텐츠 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을 분석한 결과, 국내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PP들의 수익성은 해외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수익성은 PP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실시간 방송 채널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 대가 지급 비율도 국내가 해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국내 PP들의 사업수익성(EBITDA 마진율)은 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등 미디어 산업이 발전한 해외 국가들과 비교 시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비슷한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최하위다.


반면 국내 IPTV 사업자들의 EBITDA 마진율은 20.19%로 PP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플랫폼과 PP 사업자 간 콘텐츠 거래 수익 배분 비율도 해외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내 IPTV 3사가 지상파를 포함한 실시간 채널 전체에 지급한 콘텐츠 사용료 지급 비율은 약 33%이며 미국(62.20%), 영국(83.6%), 뉴질랜드(58.78%), 인도네시아(50.20%)보다 낮았다.


김 전문위원은 불합리한 콘텐츠 가치 책정으로 인해 PP들의 투자회수율이 저하되면서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수익 배분 비율을 약 10~20% 상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본격 진출과 함께 유료방송 시장의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고 시장 재편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며 “유료방송 저가 구조 고착화로 인해 정당한 콘텐츠 대가 지급 여력이 미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상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저가 요금 구조의 고착화로 인해 정당한 콘텐츠 대가 지급 여력이 미흡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PP 산업은 제작 투자와 규모의 양극화로 CJ 계열, 종편, 지상파 계열 PP와 여타 PP간의 성과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글로벌 OTT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서 선택받지 못한 PP들은 양극화 양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료방송시장 규제의 틀에서 ‘자율거래 원칙’을 적용하되, 사회적 개입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규제된 자율 거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행 IPTV 사업자들의 콘텐츠 수익 배분 비율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해야 한다”며 “유료방송의 낮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정상화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원가 기반의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개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중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임준현 LG헬로비전 컨슈머사업담당, 한진만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상혁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이상원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본부장,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관.ⓒ홍익표 의원실

“객관적 분배 기준 정하자” vs “시장 파이부터 키워야”

사업자들은 전문가 의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플랫폼과 PP 간 서로 다른 입장차를 확인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PP가 유료방송 시장 ARPU 상승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객관적인 분배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은 “유료방송 시장 광고 매출이 줄고 디지털 광고로 대체되면서 기존의 원리들이 작동하지 않게 돼 모두가 아우성을 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제 누가 흑자이고 적자인가를 따지기 전에 서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어 모든 비용을 밝히고 PP와 객관적인 분배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준현 LG헬로비전 컨슈머사업담당도 “유료방송 ARPU는 지금까지 플랫폼 사업자가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며 “PP가 고가 요금제 유치나 ARPU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PP 측은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곧 ARPU 증가와 유료방송 전체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길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유료방송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 다음으로 경쟁력이 있는 국내 콘텐츠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IPTV들이 선계약 후공급을 반대하고 있지만,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 중소 PP들이 비용을 회수할 수 없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료방송 플랫폼 안에서 가입자를 유지하고 ARPU를 올리려면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투자비 회수율을 높여줘야 한다”며 “배분 비율은 서로 어디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지를 따져서 라운드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업자 간 자율협상을 통해 채널과 콘텐츠가 거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시청자 피해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방통위와 함께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 개선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콘텐츠 거래는 사업자 간 자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해관계를 다투다 보니 협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대가 산정 입장 차이로 송출 중단과 소송이 이어지며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그램 공급 시 합리적으로 가격 차별 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며 “모두가 바라는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으나 여러 전문가 논의가 이뤄져 좋은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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