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달래기' 특공 추첨제 도입..경쟁률 높아 '희망고문' 우려

문제원 2021. 9. 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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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무자녀 신혼도 특공 당첨 가능
30% 추첨제 돌리면서 대상자 대폭 늘려
다만 경쟁률 높아 '희망고문' 될 가능성

정부가 8일 청약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 맞벌이 부부 등으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 대상을 확대한 것은 상대적으로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젊은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청약의 높은 벽에 막힌 젊은층이 일반 매매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들을 청약 시장으로 흡수해 집값을 진정시켜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다만 물량이 대폭 늘어나지 않는 한 30대에게 문턱이 높았던 사전청약처럼 이번 청약제도 개편안 역시 청년층에 ‘희망고문’만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인가구 등에 신혼·생애최초 물량 나눠준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안은 1인가구 또는 맞벌이 중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가구,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에게도 특공의 당첨 기회를 주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기준으로는 1인 가구, 자녀 없는 신혼부부는 특공 신청이 불가능하거나 신청하더라도 순위에서 밀려 당첨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자녀가 있더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 역시 소득기준에 막혀 청약이 불가능했다.

추첨제 물량은 민영주택에만 적용한다. 또 다른 유형의 특공이나 일반공급분은 건드리지 않고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 일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배정된다. 공공택지내 민영아파트의 경우 전체 물량 공급 물량중 신혼부부 몫은 30%, 생애최초는 15%다. 이 물량중 각각 30%를 기존 특공대상자 외에 이들 1인가구, 고소득 맞벌이가구, 자녀 없는 신혼부부까지 청약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생애최초 특공의 경우 기존에는 주택소유 이력이 없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60% 이하인 자 중 혼인 중이거나 유자녀인 가구에게만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물량 30%에 한정해 1인 가구와 소득기준 초과자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사실상 무주택 이력 빼고는 문턱이 없어지는 셈이다.

신혼부부 특공 역시 마찬가지다. 추첨 물량은 소득기준과 자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때문에 경쟁률이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행 신혼부부 특공은 신청자 중 자녀수 순으로 공급하다보니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는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신혼부부 특공 경쟁률이 지난해 평균 5대1로 다른 유형보다 낮았던 것도 이같은 제한 때문이다. 하지만 추첨 물량은 소득과 자녀수가 상관 없어 신청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추첨 물량 모두 기존 우선·일반공급 청약 탈락자와 함께 경쟁하는 구조여서 당첨을 위해서는 ‘로또’ 수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이 나누기…패닉바잉 잠재우긴 역부족

물량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민영주택 생애최초·신혼 특공 물량이 약 6만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수준의 공급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추첨제 적용 물량은 약 1만8000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민영주택 물량의 9% 수준이지만 청약대기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토부는 현재 상황에서는 내년 추첨 물량과 경쟁률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부부 중 한명이라도 대기업에 다녀 소득이 높거나 1인 가구인 경우에는 청약 당첨이 불가능한데 이들에게도 당첨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전제 하에서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이 일부 젊은층에게 안도감을 줄 수는 있지만 패닝바잉을 줄이거나 기존 집값에 영향을 주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첨제를 도입해도 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만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4050세대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여전할 뿐 아니라 젊은층의 주거안정에도 큰 도움을 주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예 청약 자격이 안되거나, 신청은 돼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분들에게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모두가 만족하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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