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是非非] 언론중재법을 거부할 염치는 없지만..

신범수 2021. 9.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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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하면서 많은 집단을 비판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실보다 득이 크다고 증언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예방할 다른 방법이 있을 때, 기자 본인의 양심이 그런 방향을 가리킬 때, 이익집단의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개혁을 이뤄내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게 언론인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개혁에 저항하던 많은 이익집단을 향해 기자는 '변화할 시점을 놓치고도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썼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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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스로 언론개혁 필요성 만든 책임 부인 못해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게 또 언론의 숙명
뉴스 소비 행태, 포털의 유통 독점도 함께 해결해야

기자 생활하면서 많은 집단을 비판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교사, 의사, 약사 그리고 최고 권력자까지. 그들의 직업적 권한에 변화를 주는 개혁을 시도할 때면 권력자들은 합법적 권리라며 저항했다. 그러나 애초 그 권리는 사회가 필요에 의해 잠시 맡겨놓은 것일 뿐, 특정 직업에 영원히 귀속된 권리 같은 건 없다고, 언론은 일축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사적 이익뿐 아니라 윤리나 사명 같은 것들을 동시에 갖고 일한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제도가 자신의 직업윤리나 책임의식에 미칠 악영향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운다. 진통제를 편의점에서 팔게 하면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데, 이를 전문가로서 묵과할 수 없지 않냐고 약사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수익 감소를 걱정하는 속내와 환자 안전 보호라는 직업적 사명은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실보다 득이 크다고 증언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예방할 다른 방법이 있을 때, 기자 본인의 양심이 그런 방향을 가리킬 때, 이익집단의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개혁을 이뤄내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게 언론인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통제되지 않는 또 다른 권력집단인 언론을 개혁하려는 취지의 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언론인 본인이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객관적 입장과 태도를 취하기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언론중재법 역시 사회에 이익과 손해를 동시에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쪽으로 머리와 마음이 기우는 건 언론인의 한 명으로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무슨 염치로 이를 주장한단 말인가. 언론 개혁의 필요성은 언론 스스로 만든 것임에 이견을 달기 어렵지 않은가. 물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언론중재법이 해소하려는 여러 문제들은 실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공모해 만든 것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들려주는 언론이 참언론(반대는 가짜뉴스)’이라 생각하는 독자 그리고 그런 진영논리와 결탁한 언론이 닭과 계란의 관계처럼 상호작용한 결과다.

또 다른 한 축은 극단적 상업주의와 저품질 언론의 문제이며 여기엔 독점 포털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환경에 저항하지 않고 스스로 갈 길을 택한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도리도 없다. 제대로 된 언론 개혁을 위해선 언론 소비 행태와 유통 독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의 변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진영과 성향을 불문하고 모든 언론들이 법안 통과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 얼마나 큰 문제점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 법에 반대하는지를 강조하는 것으로는 시민사회의 개혁 요구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핵심은 "그렇다면 이대로 가자는 것이냐", "언론에 자정 능력이 없음은 이미 증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이 답하는 것이지만, 내놓을 답변은 궁색하다.

심지어 한국 언론의 대표적 문제점이라고 치부되는 바로 그 행태, 즉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궤변도 마다하지 않기, 그런 보도 관행의 반복을 지켜보는 일은 심히 좌절스럽다. 개혁에 저항하던 많은 이익집단을 향해 기자는 ‘변화할 시점을 놓치고도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썼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기자와 비슷한 고민에 빠진 언론인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암울한 시절이 지나고 있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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