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눈만 보여야".. 탈레반, 임신 여경 살해

정우진 2021. 9. 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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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방식을 규제하는 등 여성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탈레반이 아프간 중부 고르주의 주도 피로즈코에서 임신한 여성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 대원들이 전날 비누 네가르라는 이름의 여성 경찰관을 자택에서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때리고 총을 쏴 살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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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여대생 복장 등 수칙 공개
여학생, 아바야 입고 니캅 착용 강제
여성 인권 존중 공개적 약속 무색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5일(현지시간) 여학생들이 얼굴을 드러낸 채 웃으며 양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 모습은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탈레반은 최근 여학생들이 눈을 제외하고 몸을 모두 덮는 의상을 착용토록 하는 등 여성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방식을 규제하는 등 여성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 당국은 지난 4일 아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아바야를 입고 니캅을 쓰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내놓았다. 아바야는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이고 니캅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얼굴 가리개다.

앞서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행해졌던 여성 탄압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여성 교육권과 관련해 “히잡을 착용한다면 학업과 일을 할 수 있고 혼자서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리카락과 귀, 목은 감추지만 얼굴은 가리지 않는 히잡은 이슬람권 여성의 전통의상 중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복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여대생들에게 히잡이 아닌 니캅을 착용토록 강제하는 강도 높은 규제안을 마련한 것이다.

여학생의 수업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탈레반은 수업을 성별로 구분해 진행하고, 성별 분리가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 커튼으로 남·여학생을 구분하게 했다. 또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만 수업받을 수 있고, 여성 교원이 없다면 교원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만이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여학생은 수업 종료 후 남학생들이 하교하기 전까지 교실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남학생과는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

탈레반의 성차별적 법령은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대학들에 적용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AFP통신에 “탈레반이 발표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라며 “우리는 여성 교원도 부족하고 충분한 교실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성들이 학교에 가도록 허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이 아프간 중부 고르주의 주도 피로즈코에서 임신한 여성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 대원들이 전날 비누 네가르라는 이름의 여성 경찰관을 자택에서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때리고 총을 쏴 살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족들은 네가르가 지역 교도소에서 일했고 임신 8개월째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아프간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헤라트에선 약 50명의 여성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했고, 지난 3~4일엔 수도 카불 등 아프간 주요 도시로 시위가 확산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대생은 “나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아프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탈레반은 이 나라가 남성의 나라라고 여기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곳은 여성의 나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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