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살면 서울보다 1년 더 오래 산다..수명 1.3년 늘리는 법

강찬수 2021. 9.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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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구름이 걷히고 쾌청한 날씨를 보였던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시민들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 오는 7일은 제2회 '푸른 하늘의 날'이다. 우상조 기자

국내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수준까지 개선한다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1.3년 늘어날 것이란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7일은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한국이 제안한 유엔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다.
올해 ‘푸른 하늘의 날’ 주제는 유엔 환경계획(UNEP)에서 정한 '건강한 공기, 건강한 지구(Healthy Air, Healthy Planet)'다.


양양 사람 서울 시민보다 1년 더 사는 셈


지난 4월 13일 오후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으로 발표된 날이지만, 오염물질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일부 뿌옇게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최근 '대기 질 생명지수(AQLI)' 분석 결과에서 한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WHO 기준인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수준으로 개선한다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1.3년, 즉 1년 4개월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3㎍/㎥로 WHO 연간 권고 기준 10㎍/㎥를 훌쩍 넘겼다.
한국의 환경기준은 15㎍/㎥이며, 정부는 2024년까지 전국 평균 오염도를 16㎍/㎥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국내외 대기오염이 줄면서 전국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19㎍/㎥로 개선됐으나, 올해는 경기회복 등으로 다시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27㎍/㎥로 지난해 상반기 26㎍/㎥보다 다소 늘었다.

AQLI는 시카고대 연구팀이 중국 내에서 미세먼지 노출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만든 지표로,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 기대수명이 0.98년 줄어든다는 수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연구팀은 지상 관측소와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오염도 등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강원도 양양군 해변. [사진 한화호텔]

시카고대 AQLI를 적용할 경우 2019년 국내 환경기준 달성 지역인 강원도 양양이나 경남 고성 주민들은 서울 시민들보다 1년 이상 오래 사는 셈이다.


1750만명 초미세먼지 고농도 지역 거주


한국 환경연구원(KEI)이 지난 6월 내놓은 자료(KEI 포커스)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가운데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25㎍/㎥를 초과한 '고농도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2019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17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과 충남, 전북을 중심으로 한 이들 지역은 국내 환경기준과 비교해서 사망위험률이 6%가량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KEI 연구진은 "(노인·어린이 등) 고농도 민감 계층 비율이 높은 수도권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전북 전주 등에서는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원 관리를 강화하는 등 지역별로 차별화된 미세먼지 줄이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정부의 탄소 중립 달성 추진 계획에 미세먼지 저감 달성 여부를 포함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대책과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염 개선하면 인도인 5.9년 더 산다


스모그가 가린 인도 수도 뉴델리의 상징물 인디아게이트. 인디아게이트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했지만, 형체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한편, 시카고대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 세계인들은 평균적으로 WHO 기준보다 3배 이상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마시고 있다"며 "WHO 권고치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개선한다면 인류의 평균 수명이 2.2년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21㎍/㎥로 분석됐고, WHO 권고기준까지 개선하면 북한 주민의 평균 수명이 1.1년 늘어날 것으로 평가됐다.

시카고대 보고서는 "중국은 2013년에서 2019년 사이 국내 총생산(GDP)이 45.5% 성장했음에도 미세먼지 오염도를 29% 줄였고, 덕분에 중국인의 평균 수명이 1.5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2019년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37㎍/㎥인 중국이 오염도를 WHO 기준까지 개선한다면 기대 수명이 2.6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9년 초미세먼지 평균 오염도가 13㎍/㎥이었는데, 인구의 90%가 WHO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오염도가 높은 규슈의 구마모토 시 주민들의 경우 대기오염이 WHO 권고기준으로 개선된다면 평균 수명이 1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에서 인도는 오염도가 70㎍/㎥, 방글라데시는 65㎍/㎥, 네팔 61㎍/㎥, 파키스탄 50㎍/㎥, 싱가포르 48㎍/㎥ 등으로 남아시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의 경우 WHO 기준으로 오염도를 개선할 경우 평균 수명이 5.9년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어린이 90% WHO 기준 초과지역 거주


미세먼지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방글라데시 어린이. [유엔아동기금]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최근 내놓은 '어린이 기후 위기'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어린이의 약 90%가 매일 유독한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며 "2016년에만 약 60만 명의 어린이가 오염된 공기로 인한 급성 하기도(下氣道, 인후·기관지·폐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어린이의 90%에 해당하는 20억 명의 어린이가 WHO 권고기준(10㎍/㎥)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고, 이 가운데 17억 명의 어린이는 15㎍/㎥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13억 명의 어린이는 25㎍/㎥를 초과하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10억 명의 어린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35㎍/㎥를 초과하는 위험한 수준의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UNICEF는 보고서에서 "어린이의 폐와 면역 체계는 아직 발달 중이어서 오염된 공기에 특히 취약하고, 호흡기 역시 성인의 기도보다 작기 때문에 감염으로 인해 성인보다 막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어린 시절 대기 오염에 노출되면 어린이 폐의 건강한 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성인이 된 후에도 호흡기 문제가 발생하는 등 평생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영국 의학 저널(BMJ)에 게재된 논문을 비롯한 최근 연구에서는 WHO 기준 이하에서도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했다.
WHO 권고기준(10㎍/㎥)을 만족하는 지역에서 사는 2억 명의 어린이조차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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