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서울, 20초를 버티지 못하고 눈물

이종현 기자 2021. 9.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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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FC서울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서울월드컵경기장] 이종현 기자= FC서울은 전북현대전에서 모든 것을 쏟았다. 투지 있는 플레이로 전북을 여러 번 고비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결과를 얻지 못했다.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6라운드 순연경기에서 서울이 전북에 3-4로 졌다. 전북에 골을 내줘도 한골 한골 따라가던 서울은 후반전 추가시간 홍정호에게 실점하며 석패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진섭 서울 감독은 선발진에 22세 이하 선수를 6명, 교체 명단에 2명 포함시켰다. 심지어 교체명단에 포함돼 있었던 심원성은 이번 시즌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였다. 최다 득점자 나상호가 팀 벤투에 합류했고 고광민, 지동원, 고요한, 김원균, 황현수, 채프만이 부상인 현실에서 꾸릴 수 있는 스쿼드에는 한계가 있었다. 박 감독은 "이게 뛸 수 있는 선수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기성용, 팔로세비치, 가브리엘을 후반전 기용하겠다는 승부수도 덧붙였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투지를 믿었다. 최근 서울은 1무 4패를 거두는 과정에서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좋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투입이 팀에 더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단에도 운동장에서도 더 힘을 내고 타이트하게 뛰자고 했다. 전북전 준비할 때 물러나서 경기를 준비하곤 했는데 오늘은 앞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활기차게 경기하려고 준비했다. 자신감을 가지면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박 감독의 의도대로 서울은 전반을 1-1로 마쳤는데, 전방에서 쉴 새 없이 압박하는 플레이 덕분에 전북이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전반전 최철순의 크로스를 쿠니모토가 해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반면 서울은 신재원의 크로스를 받은 조영욱이 돌파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었고 오스마르가 성공해 만회골을 넣었다. U22 선수 다수로 구성한 선발라인업은 성공적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서울 관계자가 "요 근래 가장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경기력이 달라진 것에 대해 언급할 정도였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전북이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서울은 12분 만에 일류첸코에게 페널티킥으로 실점했다. 박 감독은 가브리엘, 기성용, 박정빈, 팔로세비치 카드를 잇달아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은 22분 조영욱이 동점골을, 23분 가브리엘이 홍정호의 자책골을 유도하면서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빼앗았다. 그러나 25분 이승기에게 프리킥으로 실점해 3-3이 됐다. 두 팀 모두 승점 3점이 더 절실했기 때문에 수비하지 않고 막판까지 공격에 가담했지만 누구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동점은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면 서울이 달라졌다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주고 이어지는 일정에서 반전을 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20초를 버티지 못했다. 문선민의 돌파를 막지 못했고 홍정호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해 실점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세 골을 넣었고 4연패 중인 전북을 상대로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듯했지만 마지막 순간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휘슬 소리가 울리자, 전북 선수단의 환호 소리만 가득했다. 서울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기자석 주변에 있던 서울 관계자들은 침묵했다.


마지막 20초가 모든 풍경을 바꾼 셈이다. 경기 후 박 감독은 "패자는 할 말이 없다. 고생한 어린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짧게 경기 소감을 밝혔고 다음 성남FC전에 대해서는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다음 경기까지는 생각을 안 했다. 내일 경기는 또 내일 생각해 보겠다"라고 말하며 감독직 사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파이널A인 6위보다는 현실적으로 강등을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6위를 바라보는 건 아닌 것 같다. 생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생존 보다 한 경기를 봐야 한다. 이제 성남전이 있다. 강등 경쟁 팀들에는 더 집중해야 한다."


경기 후 서울 서포터스는 서울 버스단의 퇴근길을 기다렸고 8개의 걸개를 들어 올렸다. 저조한 성적을 저조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박 감독과 주장 기성용은 서포터스 앞에서 사과의 인사를 남긴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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