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00조..확장 재정 효과 있다지만 새 정부엔 큰 부담

배준희 2021. 9. 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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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안으로 600조원대 ‘슈퍼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 재정이 3년째 이어지며 나랏빚은 300조원 이상 늘어 1000조원을 돌파한다. 확장 재정으로 세수 증대와 재정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604조4000억원으로, 총수입 548조8000억원보다 많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은 적자 재정은 2020년도 예산부터 3년째 이어졌다. 적자가 쌓이면서 국가채무는 내년 1068조3000억원까지 치솟는다.

이번 예산안을 두고 여러 논란거리가 뒤따른다. 정부 논리를 도식화하면 확장 재정 → 경제 회복 → 세수 증대 → 재정건전성 심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우선, 정부 재정 정책의 승수 효과 자체가 높지 않다. 재정승수란 정부 재정지출이 GDP를 어느 정도로 증가시키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재정승수가 1.5라면 재정지출을 10조원 투입해 GDP가 15조원 증가한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승수는 대부분 1을 밑돌았다. 가장 낮은 것은 이전지출 재정승수로 0.2에 불과했다. 이전지출은 재난지원금처럼 정부가 민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승수 0.2는 정부가 민간에 1조원을 써봐야 GDP는 2000억원만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의 소비승수(0.85)와 투자승수(0.64) 역시 1을 밑돌았다. 쉽게 말해,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만큼도 못 건진다는 의미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재정승수가 달라진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통상 재정승수는 경기 호황기보다 불황 때 높게 나타난다. 호황 국면에서 지나친 확장 재정은 구축 효과를 심화시킨다. 가령, 정부가 확장 재정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고 이는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 부문의 투자를 외려 위축시킨다.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한 세수 증대 효과를 강조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탓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정부로서는 국채 발행에 있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세수 증대로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이는 경기 부양보다 재분배에 더 가깝고 승수 효과는 더욱 낮다”며 “특히 세금은 그 자체로 긴축 효과가 있어 재정의 승수 효과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지적했다.

새 정부에 긴축 재의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정부는 2023∼2025년 총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제한해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새 정부 첫 예산부터 증가율을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으로 차기 정부에 재정건전성 관리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5호 (2021.09.08~2021.09.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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