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고령부모에 얹혀사는 중년 캥거루..日'8050문제' 한숨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3)
2018년 1월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아파트에서 82세의 모친과 52의 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두 사람 모두 저영양상태에 의한 저체온증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딸은 대학 졸업 후 취업했지만, 퇴직 후 모친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일본 전국적으로 삿포로의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19년 6월 전직 농림수산성 사무차관 쿠마자와 히데아키(熊沢英昭, 76)가 무직의 아들(44)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히데아키는 이전부터 백수로 살아가는 자식의 모습을 비관해왔고, 이웃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아들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살해된 아들은 이전부터 부모를 폭행하는 사나운 성격이었다. 가족 살인이라는 비관적인 결말에 동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 사건으로 ‘8050문제’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에서 6개월 이상 머물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40~64세까지의 중고령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는 약 61만3000명이었다. 70% 이상이 남성이고, 은둔기간이 7년 이상인 사람이 절반이나 되었다. 이뿐 아니다. 15~39세까지의 젊은 세대 중 히키코모리 상태는 약 54만1000명이었다. 연령상 40세 이상이 약 57%로 전 연령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연령층의 누구라도 히키코모리 상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도는 히키코모리 상태의 중고령자 증가, 가족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히키코모리에 관한 지원협의회’를 설립했다. 2020년 9월부터 2개월간 행정기관과 민생위원을 대상으로 히키코모리에 관한 지원현황을 조사했다. 고령자의 간병과 의료를 담당하는 지역포괄지원센터의 92.4%가 담당 지역에 히키코모리 상태의 주민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8050문제의 실태를 처음으로 제시한 실증자료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럼, 8050문제란 무엇인가? 『8050문제: 중고령 은둔형 외톨이, 7가족의 재생이야기』의 저자인 쿠로카와 쇼오코(黒川祥子)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자 그대로 80대의 부모에게 50대의 미혼 자녀가 있는 가정으로, 이런 가족 상황에서 파생하는 문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세대의 미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결국 중고령에 도달하고, 고령 부모의 문제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히 말해, 8050문제란 80대의 부모가 50대의 자녀와 동거하며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른바 중고령 은둔형 외톨이를 안고 있는 세대를 상징하는 말이다.
쇼오코씨의 지적처럼 8050문제의 발단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9년 출판된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라는 책은 당시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패러사이트 싱글족은 취업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고 생활비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급여의 대부분을 용돈으로 사용하며, 유복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다. 당시 그러한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8050문제는 1990년대에 발생한 패러사이트 싱글을 방치한 결과다. 1999년 이후 약 20년이 흘러 부모와 동거하는 중년 미혼자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10~20대였던 젊은 세대가 이제는 50~60대가 된 것이다. 부모가 현역세대라면 어느 정도 소득이 있기 때문에 자녀를 부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년을 맞아 경제력이 없어지고, 신체적으로 쇠약한 상태에서 이전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자녀에게 계속 제공하기 어렵다.
이들은 소득이 적기 때문에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많다. 백수의 자녀가 연금을 받고 있는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자녀는 일하지 않고 소득도 없기 때문에 부모가 매달 받는 연금이 가족의 주된 소득이다. 지금까지 중고령자가 80대의 고령기를 맞이하면 일에서 이미 은퇴해 연금으로 생활하거나 자녀와 손자에게 의지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8050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이라면 부모가 취업하지 않는 자녀를 언제까지나 부양해야 한다.
자산이 많은 유복한 가족은 그런대로 살아갈 형편이 된다. 그러나 소액의 연금만으로 살아가는 세대는 부부와 그 자녀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대한 소박한 생활을 하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의료∙간병비의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계파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또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녀는 사회활동이나 취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진다. 일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다는 현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회에 나가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함께 생활하는 부모의 건강이 쇠약하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고, 그 생활이 미래에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중고령자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중고령자는 직업을 잃어버린 것을 계기로 히키코모리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이후 줄곧 비정규직 고용과 파견직원이 늘어났다. 또한 정규직으로 일해도 길어진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과 회사의 도산으로 실직하는 사람이 많았다. 2018년 조사에서 40~60세의 히키코모리로 추정되는 사람 중 70% 이상이 남성이었다. 갑자기 실직한 충격으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와 접촉을 스스로 차단해 버린 현실을 들 수 있다.
둘째, 질병과 정신질환 등으로 사회복귀가 어렵게 되어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고와 질환이라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심신 상태가 자유롭지 않은 자녀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부모도 있다. 문제는 부모도 자녀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부모가 사망한 후에 장해와 질병을 안고 있는 자녀를 누가 돌봐줄 것인지, 그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문제다.
셋째, 부모의 간병을 계기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 간병을 위해 퇴직(간병이직)한 후 취업 공백기간이 길어져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절망감으로 살아간다. 취업에 공백기간이 생기면 자신은 세상에서 필요 없다는 고독감이 8050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후생노동성은 8050문제가 악화되어 최악의 경우 ‘9060문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전국적으로 고독사 증가, 부모의 시체유기, 부모의 연금과 생활 보호비의 부정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히키코모리를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든 것은 그들 부모의 책임이 크다. 일하지 않고 집에만 머무는 자식이 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부모가 자녀의 존재를 사회에서 숨겨버린다. 자녀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고령 히키코모리 상태에 이르게 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떤 일을 하려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의욕도 없어진다. 어디에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고, 중고령에 도달해도 히키코모리 상태는 끝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으면 숨기지 않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현재 일본의 대도시와 지자체에는 ‘히키코모리 지원센터’가 있다. 시·정·촌(한국의 읍∙면∙동)의 ‘생활보호대상자 지원창구’에서도 본인과 가족에게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히키코모리의 중고령자가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미혼자와 노화를 생각하는 모임’도 결성되었다. 참가자는 이 모임에서 늙음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장기하는 히키코모리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대화가 히키코모리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인생이 길어지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가족의 상황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족구조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사회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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