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14평 그 집에는 고양이 74마리가 엉켜 있었다

윤슬기 2021. 9.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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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 살충제 굴러다니는 쓰레기 쌓인 집에서 고양이 74마리 구조
동물구조 단체 "차라리 고양이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심각했다"
기르지 않고 동물수집하는 애니멀호더 번번이 발생하지만..처벌받는 경우 없어
동물구조 단체 '따뜻한 공존'과 성남시가 14평에 모여 살던 고양이 70마리를 구조했다./사진=따뜻한 공존 제공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얽힌 그 집은 마치 지옥 같았다."

경기 성남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들은 그 집 근처만 가도 악취가 느껴진다며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집안에서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고 있는 74마리의 고양이가 발견됐다. 그중에는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들은 락스와 살충제가 굴러다니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채 있었지만, 고양이 주인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 8월14일 폭염 속 동물구조 단체 '따뜻한 공존'(따공)은 성남시와 함께 한 아파트로 고양이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 성남시는 지역주민들로부터 '고양이를 여러마리 키우는 집에서 악취가 너무 심하게 난다. 중성화를 해야할 것 같다'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따공에 포획 요청을 했다.

따공은 TNR(Trap-Neuter-Return·개체 수 조절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하고 다시 풀어주는 활동)을 하는 단체로 성남시에게 의뢰 받은 대로 20여마리의 집안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집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집 문을 열자마자 눈대중으로 봐도 2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있었다. 방에 들어가니 장롱 위 고양이 약 20마리, 베란다에도 약 10마리 총 74마리의 고양이가 14평 집에 몰려 살고 있었다.

70마리의 고양이들이 살던 집의 상태./사진=따뜻한 공존 제공

따공과 함께 고양이 구조에 나선 성남시 정유나 주무관은 "애니멀호더(동물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지만 기르는 것엔 무심한 사람)로 의심된다는 민원을 받고 현장에 나섰지만, 진입조차 어려울 정도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한눈에 봐도 고양이 70마리를 키우기에 적절한 환경은 아니었다"라며 "주방에는 설거지도 쌓여있었고 쓰레기도 많아서 냄새가 굉장히 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만에 고양이를 모두 구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이틀에 걸쳐 일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따공은 상태가 심각한 고양이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정 주무관은 "많은 고양이들이 대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였다"라면서도 "물론 피부가 문드러진 중증 고양이들도 있었다. 밥이나 그런 건 (고양이 주인이)챙긴 것 같은데 문제는 고양이가 너무 많고 배변 등이 여기저기 있어 깨끗하지 못한 환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상태가 심각한 고양이를 내놓지 않았던 고양이 주인의 행동을 언급하면서 "고양이 70마리를 키울 정도의 온전한 상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동물구조 단체 따뜻한 공존이 구출한 고양이들의 모습./사진=따뜻한 공존 제공

따공 측은 고양이들을 방치해 놓았던 그 집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따공은 "방은 똥, 오줌으로 엉망이었고 당시에는 폭염이 한창이어서 차라리 고양이를 죽이는 게 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라면서 "바닥에는 락스, 살충제 등이 나뒹굴었고 구조 후 병원으로 간 고양이들 중 일부는 독성물질 중독, 폐렴 등으로 죽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공은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150마리를 키우는 70평도 좁아 보이는데, 그 집에는 74마리가 그 좁은 곳에 있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생명을 키우는 게 아니라 물건 마냥 수집하는 애니멀호더의 사례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동물을 수집한 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안 및 시행규칙이 시작돼 애니멀호더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했고, 올해 7월에는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반려동물의 동물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실상 동물을 학대하는 애니멀호더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정 주무관은 "(고양이들에 대한) 소유권 포기 각서 등은 받았다"라면서도 "이번 사례 같은 고양이 주인이 처벌을 따로 받지 않았다. 직접 고양이를 학대하고 그런 건 아니라 법적 처벌은 좀 어려운 것 같다. 고양이들을 키우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사후 검사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이가 폐사하는 등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히 고양이를 많이 수집해 방치한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편 따공 측은 "다른 애니멀호더집도 많이 찾아갔지만 한번도 (동물을 방치한 죄로) 처벌을 받은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법만 있고 처벌은 없어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고양이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이곳도 단체이기 때문에 도움의 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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