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초미세먼지 숫자..환경기준 충족해도 사망률 높인다 [뉴스원샷]
초미세먼지(PM2.5)나 이산화질소 등 대기 오염물질 농도가 환경기준치를 밑돌아도 사망률을 높이는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현행 환경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 각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북미나 유럽 선진국 등에서는 환경 기준치를 달성했지만 결코 안심할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을 비롯한 영국·독일 등 유럽 연구팀은 최근 영국 의학저널(BMJ)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미국 환경기준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치보다 낮더라도 사망률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유럽연합(EU)의 기준치는 25㎍/㎥,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연간 환경기준치는 12㎍/㎥, WHO 권고기준은 10㎍/㎥이다. 한국의 기준치는 15㎍/㎥이다.
이산화질소의 연간 기준치는 EU와 WHO 모두 40㎍/㎥이다.
한국의 이산화질소 환경기준치는 0.03 ppm (57.4,㎍/㎥), 미국은 0.053 ppm (101.4㎍/㎥)으로 EU보다 느슨하다.
기준치 만족해도 초미세먼지 5㎍/㎥ 상승할 때 사망률 29.6% 증가
조사 기간에 대상자의 14.5%인 4만7131명이 사망했는데, 연구팀은 이들의 심혈관·호흡기 질환 등 사망 원인과 이들의 거주지역 대기오염도 사이의 연관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대기오염도는 2010년 대기오염도 측정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모델 분석값을 적용했다.
분석 대상자의 대부분은 EU 기준치 미만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
미국 기준치 이하에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는 5만 명 이상, WHO 기준을 만족한 경우도 2만5000명 이상이었다.
또, 대부분(31만 명 이상)은 EU와 WHO 기준보다 낮은 이산화질소 오염에 노출됐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상승하면 사망률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산화질소 농도가 10㎍/㎥ 상승하면, 사망률은 8.6% 높아졌다.
특히 미국 연간 환경기준치인 12㎍/㎥보다 낮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에는 초미세먼지가 5㎍/㎥ 상승할 때 사망률이 29.6%나 증가했다.
EU 기준치에 크게 못 미치는 20㎍/㎥ 미만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된 경우도 이산화질소가 10㎍/㎥ 상승할 때 사망률이 9.9% 늘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 WHO 기준치보다 낮은 오염 수준에서도 실외 대기오염이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대기 환경기준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대기오염도 지금의 기준치 이하로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초미세먼지 5㎍/㎥ 상승할 때 사망률은 13.1% 증가하는 셈
이산화질소의 경우 0.018 ppm(34.4㎍/㎥)으로 기준치 아래였으나, 이번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건강 피해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한국의 오염도를 이 연구 결과에 대입하면, 초미세먼지 5㎍/㎥ 상승할 때 전체 사망률은 13.1%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 이산화질소가 10㎍/㎥ (0.005 ppm) 상승할 때 사망률이 10.1% 늘어나는 꼴이다.
종전에도 WHO 등의 환경기준치를 밑도는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도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없지 않았으나, 낮은 농도와 사망률에 대한 연구 사례가 많지 않아 논란이 지속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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