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라스도 재계약.. 핵심 지키는 시민구단, 셀링클럽보다 지속성장

서호정 기자 2021. 8. 30. 16:56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수원FC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K리그1 득점 선두 라스 벨트비크(30)가 재계약을 통한 팀 잔류를 택했다. K리그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성과다. 시민구단들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기보다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원FC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스와의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수원시의 상징물인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재계약을 기념하는 유니폼을 든 라스의 모습도 구단 SNS를 통해 공개됐다. 수원 구단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이지만 네덜란드 정체성(이중국적)도 강한 라스를 위해 네덜란드어로 된 재계약 문구도 유니폼에 삽입하는 정성을 보였다. 


지난해 여름 1년 6개월의 계약으로 전북현대에서 수원FC로 이적한 라스는 올해 말로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수원FC는 기간을 정확히 명기하진 않았지만 "내년까지 함께 하게 됐다"는 표현으로 1년 연장을 의미했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 효과를 누리는 재계약이었다. 수원FC는 시민구단으로서 파격적인 장기계약을 제시할 순 없지만, 기존 계약 종료 전 1년 연장하며 선수의 신뢰를 얻었다. 현재 리그 3위에 올라 있는 수원FC는 강등후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파이널A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도전 중이다. 남은 시즌에 대한 선수의 동기부여를 확실히 끌어내게 됐다. 


라스도 자신의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3개월여만 기다리면 FA 자격을 얻는 라스는 올 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아시아권에서 대박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도 중국 1, 2부 리그 클럽들이 라스에게 관심을 보였다. 금액 면에서는 해외가 더 끌릴 수 있지만, 라스는 지난 1년간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도록 도운 김도균 감독과 구단과의 신뢰도 중요했다. 수원 광교에서 생활하며 한국에서의 삶에도 충분히 만족했다. 



수원FC는 여름이적시장에서 이미 라스에 대한 방어 전략을 확실히 한 데 이어 재계약까지 마무리했다. 시민구단이 현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핵심 선수, 특히 돌풍의 주역이 된 외국인 공격수를 이적시키고 그 이적료를 재투자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아드리아노, 티아고, 말컹 등이 그런 형태로 국내외 팀으로 이적했다. 


문제는 당장의 재정 문제 해소와 단기적 리빌딩이 지속적인 성장에 직결된 경우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팀들이 그런 선택을 하고는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되거나 순위가 급추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평가 된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 지도자가 A급 선수로 육성시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같은 사례를 또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최근 시민구단들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팀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를 지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K리그 연봉 공개에서 외국인 선수 TOP5 중 1위가 대구FC의 세징야, 4위가 인천유나이티드의 무고사였다. 연봉 랭킹 상위는 기업구단 선수들이 차지하던 이전의 흐름을 깨는 기록이었다. 


세징야는 에드가와 더불어 지난 2019시즌 시작을 앞두고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시작 전에도 연봉 재협상을 하며 중동 구단의 러브콜로부터 지켜냈다. K리그 최고 연봉에 걸맞은 기량과 스타성을 발휘, 대구FC 팬을 넘어 대구시의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 


무고사는 2018년 입성 후 두 차례 재계약을 통해 인천에서 4년차를 보내고 있다. FC서울, 전북현대가 과거 무고사를 계속 노렸지만 인천은 해외 팀에만 바이아웃이 적용된다는 조항을 걸 정도로 무고사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무고사도 인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하고 있다. 현재 계약은 2023년까지다.


이런 선택은 시민구단이 순위표에서의 깜짝 돌풍을 넘어 리그 흥행의 판도까지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새롭게 옮긴 DGB대구은행파크를 연일 매진시켰다. 세징야는 귀화 논의까지 일으킬 정도로 슈퍼스타가 됐다. '강소클럽'의 탄생이었다. 대구는 2018년 FA컵 우승을 기점으로 강등 위기를 피하는 데 매달리는 시민구단에서 탈출,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성과도 달성했다. 올 시즌도 파이널A 진입과 챔피ㅣ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향해 순항 중이다. 


무고사는 2018년 입성 후 2020년까지 3년 동안 45득점을 올렸다. 시즌 평균 15골을 넣는 확실한 골잡이를 전방에 세운 덕에 인천은 강등 위기를 매년 극복했다. 올 시즌은 조성환 감독의 과감한 팀 리빌딩이 효과를 보며 단단한 수비와 무고사의 결정력을 앞세워 강등권을 일찌감치 탈출, 파이널A 진입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수원FC가 라스와 재계약을 택한 것도 이런 시민구단들의 성공을 주목해서다. 2016년 승격 후 바로 강등되며 2부 리그에서 맴돌았던 수원FC는 1부 리그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호곤 단장과 김도균 감독이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승격의 공신들과 과감하게 작별하고, 1부 리그에서의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선수 위주로 대대적 영입을 한 것도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시민구단의 공식이라면 라스가 절정의 기량으로 고점에 진입한 시점에 팔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FC는 라스와의 동거를 택했다. 선수 1명이 팀의 레벨을 모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선택을 통해 수원FC는 셀링클럽이 아니라 팀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FC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