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사전청약은 만병통치약인가

김소연 2021. 8. 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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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매경이코노미를 제작하면서 ‘한 주의 단어’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번 주는 ‘금리 인상’과 ‘사전청약’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시기를 조금 더 이전으로 넓혀보면 ‘대출 규제’도 툭 들어옵니다.

‘금리 인상’ ‘사전청약’ ‘대출 규제’ 각각 다른 단어 같지만, 사실은 다 연결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대출을 규제하고 금리를 인상해 돈줄을 죄는 한편 공급 확대는 기본에 사전청약 물량까지 늘려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계획입니다.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고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는 스멀스멀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틉니다. 지난해 8·4 공급 대책이 시작이었죠. 노원구 태릉CC, 용산 캠프킴,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정부과천청사 등의 부지를 활용해 2028년까지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죠. 공급 확대는 문재인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대책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서울 도심 내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주택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공급 충격’이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이번 대책의 공급 물량 83만가구는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약 2배에 이릅니다. 서울시에 공급될 32만가구도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럼에도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자 지난 8월 25일에는 이른바 ‘사전청약 확대’를 들고 나왔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10만1000호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8월 11일에 마감된 1차 사전청약 4333호에 9만3000명이 몰린 모습에서 자신감을 얻었나 봅니다.

사전청약 확대 발표가 나오자마자 시끌시끌합니다. ‘언제 분양할지도 모르고 가격도 모르는 실체 없는 깜깜이 청약’ ‘지역별 전매 제한(3~10년), 거주 의무(3~5년) 감안하면 내가 아닌 자식을 위한 청약?’ ‘희망고문하는 영끌 사전청약’ ‘공급은 그대로인데 예약 시기만 앞당긴 조삼모사’ ‘괜스레 전월셋값만 더 들썩이게 할 수도’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1차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사전청약을 일종의 ‘보험’이라 여기고 접수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본청약 1~2년 전 진행되는 사전청약은 본청약 최종 입주자로 선정되기 전에는 언제든지 당첨자 지위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넣고보자’는 심리가 작동하는 구조에 따른 결과일 뿐, 사전청약이 절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사이트 ‘못사겠다갈아엎자.com’이 떠오릅니다. “문재인정부는 26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폭등했고 청와대 참모, LH 공직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투기의 공범이었다. 이제 무주택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문장에 분노가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슬픈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맘대로 선정해본 ‘이 주의 단어’가 매경이코노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 왠지 쏠쏠할 것 같지 않습니까?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4호 (2021.09.01~2021.09.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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