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나의 시네마천국"..서울극장 마지막 주말 수백명 '북적'

“20년 전에도 이렇게 줄이 길었는데…”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앞. 영화 관람을 위해 줄을 서 있던 40대 남성 최모씨의 회상이다. 그는 “예전에 인기 있는 영화는 100m 이상 길게 줄 서서 입장했다”며 “줄 서는 와중에 매진되면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1979년 문을 연 서울극장이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관객을 빼앗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이 심화하면서다.

‘마지막 주말’인 이날 관객들은 떠나는 서울극장을 배웅하는 듯했다. 오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로 붐볐다. 극장 측은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주중 100명, 주말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제공했다. 오후엔 긴 줄이 사라졌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극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극장 관계자는 “이번 주말엔 극장 오픈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며 “어제(28일)는 100명가량이 티켓을 수령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벤트 기간에 매일 극장을 방문하는 이도 있었지만, 꼭 영화를 보지 않아도 서울극장을 추억하기 위해 둘러보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최신 개봉 영화인 ‘인질’ ‘모가디슈’를 포함해 일본 코미디 뮤지컬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등이 상영됐다. 31일 마지막 상영작은 유럽 영화 ‘홀리 모터스’(2012)다.

서울극장은 1980~90년대 한국 영화 부흥기와 궤를 같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극장을 운영한 합동영화사는 247편의 한국 영화를 제작했으며 약 100편의 외화를 수입·배급했다. 종로 극장가가 쇠퇴한 이후엔 상영 작품을 다양화해 독립·예술 영화관으로서 입지를 넓혔다.
영화 ‘어린 왕자’(2007) 연출과 ‘나의 결혼 원정기’(2005) 각본 등을 맡았던 최종현 감독은 “과거엔 한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합동영화사가 배급권을 갖고 있어 ‘사랑과 영혼’(1990) 등 유명 외화를 많이 소개했다”며 “한국 영화계에도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인데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니 애석하다”고 아쉬워했다.

극장은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영화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모(40대)씨는 “대학교 때 ‘비트’(1997)를 보러 갔는데 배우 정우성이 인사를 왔다”며 “지금은 영화 개봉 전 제작발표회 등 사전 공개를 하지만 당시엔 개봉 날 영화 관계자들이 관객과 영화를 보면서 흥행 여부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고 말했다.
신모(50대)씨는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인데 예전엔 극장 앞에 오징어 등 간식을 파는 리어카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자매(姊妹)라고 밝힌 두 20대 여성은 “엄마가 상경해 처음으로 영화를 본 장소가 곧 없어진다고 해서 들렀다”고 했다. 이들은 “입구나 매표소 등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영화광’이라는 김모(30대)씨는 “영화표도 브랜드 영화관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할 수 있어 자주 찾았는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했다.
합동영화사는 극장 영업은 종료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여러 콘텐트 투자·제작과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극장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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