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부의 고단한 삶·애환 싣고 다시 출항한 '만선'

장지영 2021. 8. 2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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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공공극단인 국립극단과 서울시극단이 9월 3일 나란히 공연을 올린다.

지난해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올해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시극단의 '천만 개의 도시'는 서울을 모티브로 서울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서울시극단은 이번 작품을 위해 1년간 사전 작업을 거친 뒤, 2월부터 4개월간 다양한 나이대와 직종을 가진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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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다음 달 3일부터 공연
리얼리즘 고전.. 코로나로 늦춰져
서울시극단, 같은 날 '천만 개의 도시' 첫선
시민의 일상 모자이크처럼 구성

국내 대표적 공공극단인 국립극단과 서울시극단이 9월 3일 나란히 공연을 올린다. 여름 휴식기 이후 다시 관객과 만나는 두 극단이 각각 선보이는 ‘만선’과 ‘천만 개의 도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국내 대표적 공공극단인 국립극단과 서울시극단이 내달 3일 나란히 공연을 올린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만선’은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고전으로 지난해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올해 공연한다. 국립극단 제공


‘만선’은 국립극단이 국립극장 소속이었던 1964년 희곡 현상 공모 당선작으로 그 해 초연됐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부 곰치 가족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세 아들까지 바다에 잃었지만, 곰치는 만선의 희망과 어부의 숙명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바다로 향한다. 결국 남은 아들까지 바다에 잃자 아내 구포댁은 실성하고, 늙은이의 후처로 들어갈 처지에 놓인 딸 슬슬이는 삶을 포기한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보편적 문학성을 인정받은 ‘만선’은 차범석의 ‘산불’과 함께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양대 고전으로 불리며 꾸준히 공연됐다. 희곡을 쓴 천승세는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 64년 경향신문에 희곡 ‘물꼬’가 당선되면서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의 작품은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의 삶과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한 주제의식 안에서 탄탄한 플롯과 내러티브, 토속적인 언어의 유려한 사용 등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만선’은 초연 직후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립극단의 역사에 강렬하게 새겨진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동시대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 윤미현의 각색과 원로 연출가 심재찬의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졌다. 지난해 4월 국립극단 설립 70주년 기념 레퍼토리의 하나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가 올해 다시 오르게 됐다. 지난해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올해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담은 서울시극단의 '천만개의 도시'는 주인공과 내러티브가 없는 숏폼 형태의 새로운 연극이다. 서울시극단 제공


서울시극단의 ‘천만 개의 도시’는 서울을 모티브로 서울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도, 내러티브도 없는 숏폼 형태의 새로운 연극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47개의 장면들이 모자이크처럼 구성됐다. 등장인물들은 나이,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이 특정되지 않으며 각 장면은 인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전개를 보여준다. 길 잃은 골목길에서의 친구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인, 공연장에서 티켓을 찾는 관객 등 우리가 서울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서울시극단은 이번 작품을 위해 1년간 사전 작업을 거친 뒤, 2월부터 4개월간 다양한 나이대와 직종을 가진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바탕으로 서울시민들의 생생하고 현실적인 삶을 추려내 작품에 녹여냈다. 젊은 작가 전성현이 대본을 썼고 ‘도덕의 계보학’ ‘스푸트니크’ 등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박해성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연습 과정부터 공연 관람까지 전 과정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채택했다. 연습을 앞두고 지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됐으며, 연습 기간 수어 통역사가 상주했다. 그리고 본공연 기간 모두 자막이 들어가며, 6회(9월 4~5일·7일·9~10일)엔 음성 해설 및 수어 통역이 제공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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