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인수한 GS리테일..배달 앱 점유율 어정쩡, 퀵커머스 '글쎄'

노승욱 2021. 8. 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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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이 배달 앱 요기요를 전격 인수했다. 그간 배달대행 업체 메쉬코리아(부릉·VROONG) 지분 인수, 도보 배달 앱 ‘우딜(우리동네딜리버리)’ 앱 운영 등 퀵커머스 사업 역량을 강화하던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GS리테일은 전국에 깔린 1만6000여 GS25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도심물류센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배민, 쿠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요기요 점유율과 가맹점 기반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적잖다.

GS리테일이 배달 앱 요기요를 전격 인수, 퀵커머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단, 배민, 쿠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요기요 점유율과 가맹점 기반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적잖다. <한주형 기자>

▶요기요 인수 GS리테일, 괜찮을까

▷점유율 낮고 가맹점 체제 약점

GS리테일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DHK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SPC(특수목적회사)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 지분을 30% 취득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나머지 지분 70%는 두 사모펀드가 각각 35%씩 취득했다. 컨소시엄은 인수 직후 20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를 포함하면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 총 투자 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는 최근 잇따라 투자해온 퀵커머스 사업 강화의 연장선이다. GS리테일은 올 상반기에 배송대행 업체 ‘부릉’을 서비스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주요 도시에 소형 물류 거점 400여곳을 확보한 부릉과 함께 주문 1시간 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GS리테일은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1만6000여개 소매점과 60여개 물류센터망이 결합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MFC·물류일괄대행)를 통해 압도적 상품 구색을 갖추고 오프라인과 시너지 창출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GS리테일과 요기요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우선 배달 앱 시장에서 요기요의 입지가 어정쩡하다.

소비자가 퀵커머스를 이용하려면 배달 앱에 접속해야 한다. 그런데 배달 앱 시장에서 요기요 점유율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약 60%인 1위 배민과는 점유율 격차가 두 배 이상 크게 벌어지는 반면, 3위인 쿠팡이츠(10%대 후반)와는 한 자릿수 차이에 불과해 샌드위치 신세다.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주문 앱이 소비자 접점이라는 점에서 플랫폼 앱의 MAU(월 이용자 수)나 점유율이 중요하다. 요기요는 배달 앱 점유율이 매각 결정 전인 2019년 말 30%대 중반에서 최근 20%대 초반으로 하락 추세다. 쿠팡이츠 대신 쿠팡 앱 MAU를 감안하면 사실상 3위 사업자로 볼 수 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MAU를 높이려면 상당한 마케팅비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경쟁력도 검증이 필요하다.

GS리테일은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깔린 자사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도심물류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의점이 물류기지화되면 도심물류센터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경쟁력은 허브가 되는 거점 확보와 효율적인 물류망 운영이지, 물류센터가 얼마나 많은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물류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주요 거점 30~50곳에만 도심물류센터를 지으면 대부분 전략 상권은 배송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런 점에서 GS리테일의 수만 개 편의점은 상권이 분할되는 효과를 불러와 오히려 ‘과잉 설비’에 가까울 수 있다.

“B마트나 쿠팡이츠 마트는 한 지점이 반경 2~3㎞ 내 수요를 담당한다. 반면 편의점은 가맹점이 99%여서 특정 지점에 물량을 몰아주기 어렵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가까운 점포에 할당할 경우 수요가 분산돼 점포당 운영 효율은 크게 떨어진다. 1000개 상품을 물류센터 한 곳에서 모두 배송하는 것과 1000곳에서 하나씩 배송하는 것의 차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직영점은 수익이 날 때까지 본부가 전략적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이런 전략을 쓰기 어렵다. 퀵커머스에 적극 참여하는 점주도 일부 있겠지만, 모든 점주가 협조적일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쪽에서는 “GS리테일이 요기요 지분의 30%만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GS리테일은 지난 7월 GS홈쇼핑(현 GS리테일 홈쇼핑BU)을 흡수합병하면서 GS홈쇼핑이 보유했던 현금자산 약 6000억원을 갖게 됐다. 요기요 지분의 절반 이상을 사들일 만한 자금 여력이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컨소시엄을 꾸려 3대 주주에 머문 것은 소극적 투자라는 평가다.

▶전망은

▷편의점 인프라 활용이 성패 가를 듯

물론 쿠팡, 배민도 약점은 있다. GS리테일이 온라인 플랫폼에 투자해야 한다면, 쿠팡과 배민은 반대로 오프라인 플랫폼, 즉 도심물류센터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

쿠팡이 지난 7월 오픈한 첫 도심물류센터 쿠팡이츠 마트를 보면 향후 추가 투자 부담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쿠팡은 서울 송파구에 150평 부지 위 2층 건물을 통임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건물 월 임대료는 약 4500만원. 직고용 라이더 30여명 인건비를 고려하면 고정비만 월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여개 B마트를 운영하는 배민처럼 확장할 경우 기본 고정비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고정비만 B마트의 지난해 매출(1억700만유로·약 14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퀵커머스 시장은 아직 극초창기여서 업체 모두 100% 적자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다중 전선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쿠팡이 쿠팡이츠 마트에만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심물류센터는 교통 체증, 소음 유발로 민원 발생 우려가 많아 적정 부지를 찾기도 힘들다. 편의점은 영세 소상공인 업종이어서 지역 주민 반발과 정부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 배민과 쿠팡 모두 당분간은 안테나숍 위주로 오픈, 여론을 살피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GS리테일이 편의점이라는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요즘 배달 수요가 워낙 증가하고 있어 일부 점유율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은 승자 독식 구조여서 후발 주자가 선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매우 과감한 투자와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 GS리테일이 편의점이라는 기반 시설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선보일지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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