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녁은 뭐 시켜먹어요?" 한국인 35%가 이렇게 산다 [식문화 대전환]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19개월. 우리 식생활에도 불가역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달·(사 먹는) 반찬·밀키트로 대표되는, 이른바 ‘배반밀’의 시대다. 중앙일보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전국 20대~60대 남녀 2523명에게 ‘코로나 2년 차의 식생활’에 관해 물었다. '오늘 당신의 ‘집밥’은 어떠했습니까'.
“집에서 밥하는 게 왜 당연하죠? 각자의 선택과 취향 아닌가요?”
한국인의 식문화가 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가정 내 식사 횟수는 급증했지만, 엄마가 직접 장을 보고 식자재를 다듬어 차린 전통적 의미의 ‘집밥’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밥·국·찬을 갖춰야 제대로 된 한상차림이라는 인식도 옅어진 지 오래다. 그 대신 ‘배반밀(배달음식·반찬가게·밀키트)’과 각종 가정간편식(HMR), 포장 음식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와 함께 전국 20~60대 2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끼니의 절반 이상을 배반밀로 대신한다는 응답자는 35.1%로 집밥을 주로 차려 먹는다는 응답자(35.8%)와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끼니의 대부분을 배반밀로 해결한다는 응답도 16.1%에 달했다.

2030세대, 배반밀〉집밥

배반밀을 택한 이유는 ‘편리함’이다. 포장을 뜯어 그대로 섭취하는 빵·떡 등 가공식품이 가장 인기를 끌었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는 HMR이 2위를 차지했다. 반찬가게, 배달 등 차리기만 하면 되는 바깥 음식은 각각 3, 4위, 5~10분 정도의 조리가 필요한 밀키트는 근소한 차이로 5위를 차지했다.
72% “배반밀 거부감 없어”
사 먹는 음식은 영양과 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현저히 줄었다. 응답자의 55.6%는 배반밀에 대해 ‘거부감이 줄었고 섭취량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다’는 응답(16.4%)까지 더하면 총 72.0%는 사 먹는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원 류지현(32·여)씨는 “집밥 먹는 횟수가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되지 않은 게 10년이 넘었다”며 “다이어트 도시락이나 빵을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류씨가 요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그는 “한식은 간장, 고추장, 참기름, 마늘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양념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HMR 시장의 확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는 데 한몫했다. 대표적인 HMR 업체 CJ제일제당의 경우 도가니탕, 수삼갈비탕, 전복가자미미역국 등 국물 요리뿐 아니라 차돌우렁강된장, 우엉소고기덮밥소스까지 시중에 판매 중이다.
‘집밥=엄마의 사랑'?

집밥의 절대 지위가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집밥 챙기기=엄마의 일'이란 고정 관념 역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김애리(39·여)씨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자녀에게 맛집을 경험시켜주거나 제철 과일을 챙기는 식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안지은(38·여)씨는 부부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밥 차리기는 요리에 취미가 있는 남편이 주로 한다고 했다. 다음날 아내가 먹을 점심까지 전날 저녁 준비해 두는 편이다. 대신 청소와 집안일은 안씨가 전담한다. 안씨는 “요리도 다양한 집안일의 하나일 뿐인데 반드시 주부·엄마의 몫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좋은 엄마’의 필수 조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2030세대만이 아니다. 취재 중 만난 주부 B(64·여)씨는 "가끔 가족들이 집 밥에 들어가는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서운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남편과 말다툼했던 일도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가야 할 요양원을 알아보던 중 남편이 요양원에도 조리 시설이 있는지 묻더라”며 “순간 '나는 죽을 때까지 밥 차리라는 말이냐'고 쏘아붙였더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사과하더라”고 말했다.
배정원·유지연·이소아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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