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관리사·장제사·도핑검사관..'말' 하나에 달려있는 직업 엿보기
기초 건강관리부터 승마 지도까지 말과 교감하며 진로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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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지도사와 재활승마지도사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승마지도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마방에선 박준형 승마지도사가 성인 남자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건장한 체격의 말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죠. 승마지도사는 승마를 배우고 싶은 일반인이나 승마 선수에게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교습에 필요한 말의 건강은 물론 교육생의 안전까지 책임져요. "생각보다 커서 좀 무서워요." 박 승마지도사가 마방에서 쉬고 있던 말 '다이아'를 밖으로 인도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들은 승마를 즐기는 일반인(기승자)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풍부한 승마용 말(승용마)"이라고 설명했죠. 강지민 학생기자와 유지민 학생모델이 번갈아서 다이아에게 다가가 털에 솔질을 해줬어요. 그 손길이 마음에 드는지 가만히 있는 다이아. 귀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사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네요. "갈기는 어떻게 손질하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박 승마지도사가 삐져나온 갈기를 손으로 뽑으며 "이 부분은 신경이 없어서 고통을 못 느껴요"라고 답했어요.

"승마지도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또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유지민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크게 두 가지 일을 해요. 첫 번째는 말의 운동 관리예요. 훌륭한 승용마가 되도록 운동을 시켜 신체 능력을 향상하죠. 저와 같이 훈련했던 승마 선수와 말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두 번째는 일반인 대상 승마 강습이에요. 제가 가르친 분들이 승마를 즐거워할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승마를 배우다 보면 낙마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배우는 과정의 한 부분이에요.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승마지도사는 말 관련 지식이 풍부하고 관련 운동 능력도 갖춰야 해서 한국마사회장 명의의 민간 자격증과 경기지도자·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필수로 취득해야 해요. 만 17세 이상부터 응시할 수 있죠.

살아있는 말과 교감하는 승마는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스포츠예요. 그래서 신체·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승마를 익히기도 해요. 이때 재활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가 바로 재활승마지도사예요. '재활'이라는 단어 때문에 몸이 불편한 사람만 대상으로 할 것 같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성인·청소년 등도 재활 승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말에 탑승해 골반을 움직이고 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위안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말은 사람보다 체온이 1도 정도 더 높아서 정서적 안정을 얻는 데 도움이 돼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마사회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재활 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스포츠에 초점을 맞춘 일반 승마보다 말과의 교감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에요. 재활승마지도사는 승마지도사와 별도로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해요.

도핑 검사관
올림픽 등 경기에서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도핑(doping)이라고 하죠. 이 단어는 경주마에게 도프라 불리는 약물을 투여한 것에서 유래했어요. 기수가 경주마를 타고 일정 거리에서 속도를 겨루는 말들의 달리기 경주인 경마(競馬)는 등수별로 상금이 걸려있는 수익사업이죠.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마사회에서는 도핑 검사소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말의 투약 여부를 가리거나, 혈통·건강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직업이 바로 도핑 검사관이에요. 말을 전문으로 검사하는 과학수사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화학·생물·약학 관련 학과를 나와서 화학 분석기사·생물공학기사·약사 면허증 등을 취득하면 도핑 검사관이 될 수 있어요.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경마가 중단됐기에 도핑 검사소를 탐방할 수는 없었어요. 대신 검사소 옆 은퇴한 경주마들이 머무르는 마방을 둘러봤어요. 도핑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마들이 있는 곳이죠. 자세히 살펴보니 앞서 만난 승용마보다 얼굴과 몸이 더 날렵하네요. 승용마는 조랑말(pony)부터 중종마(heavy horse)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요. 반면 우리나라 경주마의 품종은 대부분 영국 토종 암말과 아라비아의 수말을 교배해 탄생한 종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입니다. 빨리 달리는데 최적화된 몸매와 체력을 갖고 있죠. 성격도 승용마보다 다혈질이랍니다. 도핑 검사소 옆 마방에서 지내는 말들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은퇴한 상태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방 앞에 있는 풀을 뜯어 경주마들에게 조금씩 나눠줬어요. 간식이 반가웠는지 말들이 입으로 "푸르륵~" 소리를 내며 반기네요. 한 경주마가 유지민 학생모델과 친해지고 싶은지 어깨에 입을 갖다 댔어요. "아이고, 깜짝이야!" 승마를 해본 적 있어서 말과 제법 친숙하다는 강지민 학생기자는 풀을 뜯어 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 바쁘네요.

"경주마는 보통 1.4~2.4km 코스를 전력 질주하기 때문에 심폐기능이 중요한 달리기 선수예요. 약물을 소량만 투여해도 속도가 훨씬 빨라져서 도핑 검사관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경기 시작 30분 전 출전 경주마의 소변이나 피를 질량 분석기·면역 약물 분석기 등 각종 장비를 이용해 검사합니다. 모든 경주마는 매주 금·토·일에 경마장으로 향하는데, 그전에 도핑 검사를 통과해야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요. 경기 종료 후에는 1등부터 3등까지 입성한 말들을 다시 검사해요. 이렇게 철저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도핑 검사 적발률은 세계 3위에요. 1위와 2위가 경마 종주국인 영국이나 말 관련 산업이 발전한 미국 등임을 고려하면 굉장한 선전이죠. 우리나라에서 경마의 역사는 아직 100년이 채 안 되거든요."(이)
장제사
달리기 선수는 자신의 발에 최적화된 러닝화를 신죠. 승용마나 경주마도 말굽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에 해당하는 편자를 신어요. 편자는 말굽에 대어 붙이는 ‘U’ 자 모양의 쇳조각을 말하는데, 이걸 만드는 직업이 바로 장제사예요. 말의 품종은 세계적으로 200종이 넘기 때문에 장제사가 만드는 편자의 종류도 그만큼 다양해요. 도핑 검사소 부근에는 장제소가 있습니다. 마침 화덕에서 달궈진 편자를 꺼내 망치로 두드리며 편자 만들기 연습에 한창인 장제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화덕의 온도는 약 1350도에 달하는데,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 중이었어요. 장제는 크게 쇠막대를 U자 모양의 편자로 만드는 조제, 말굽을 다듬는 삭제, 말굽에 편자를 장착하는 장제 등 3단계로 이뤄져요.

두 번째는 말굽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적합한 조처를 하는 겁니다. 말이 편자를 교체할 시기인지, 어떤 편자를 장착할 것인지 파악하는 거죠. 예를 들어 말굽 전체에서 어느 부분이 울퉁불퉁하거나 갈라졌다면 말이 아팠다는 의미입니다. 건강한 말굽은 단단하고 윤기가 나며, 표면이 매끈하거든요. 장제소 옆에는 다양한 종류의 편자를 전시한 공간이 있었어요. 경주마가 주로 신는 알루미늄 편자는 가볍지만 빨리 닳아서 한 달에 1번은 갈아 신어야 해요. 승용마가 주로 신는 무쇠로 만든 제철 편자는 알루미늄 편자에 비해 무겁지만 튼튼해서 잘 닳지 않아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편자도 있었는데요. 이건 아픈 말이 신는 치유 편자예요. "장제사는 수의사가 아님에도 말굽 부분에서는 말의 치료까지 담당해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수의사가 장제까지 맡기도 한다고 해요."(이)

말 관리사
경주·승용마 등 말에게는 엄마 역할을 하는 말 관리사가 있어요. 말에게 지정된 시간 및 식사량을 확인해 사료·건초를 주거나 마방에 쌓인 변을 치우고 볏짚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목욕을 시키고 털을 깎아주는 것까지 사육 및 관리가 주요 업무죠.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승마장에는 약 1500마리의 말이 있는데, 이들은 약 600여 명의 말 관리사가 2~3마리씩 전담 관리합니다. "말은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먹이와 잠자리는 물론 건강관리까지 인간의 도움을 받죠."(이)


경주마는 달리기를 꾸준히 해서 체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 사람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뛰는 것처럼 말도 원형 워킹머신(트레드밀)을 이용해 훈련하죠. 경주마의 근육을 풀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표적 훈련 중 하나는 수영입니다. 워킹머신 옆에는 말을 위한 수영장(마풀)도 있었어요. 사람은 심폐기능 강화 및 다리 근육 발달을 위해 수영을 하죠.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영장 한 바퀴는 1.4km의 경주로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비슷하게 체력이 소모된다고 해요. 하지만 관절에 무리가 덜 가기 때문에 튼튼한 하체가 생명과도 같은 경주마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죠. 그 과정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수영 2~3시간 전에는 사료를 먹지 않고, 수영 전에는 몸에 물을 충분히 적혀서 심장이 놀라지 않게 하며 30분 정도 놀이를 해서 몸을 풀죠. 수영이 끝난 뒤에는 심박 수와 호흡이 평소와 같아질 때까지 정리 운동을 해요. 이 과정 역시 말 관리사가 책임지고 진행합니다.
수의사
흔히 수의사라고 하면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고양이 위주로 진료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말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도 있습니다. 특히 경주마는 격렬한 운동을 많이 하는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다칠 때가 많아요. 말 수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말 병원으로 향하자 소형차 한 대는 들어갈 법한 주차장처럼 생긴 공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건 말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저울이에요. 말 관리사가 매일 말의 체중을 재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죠."(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냥 바닥인 줄 알았던 곳에 대형 저울이 있었네요. 체중계 옆에는 열쇠 모양처럼 원과 직선이 연결된 공간도 있었어요. "여기는 말에게 걷거나 뛰는 걸 시켜서 다리 상태를 확인하는 야외 진료소예요. 다리를 절거나 이상이 있으면 말 수의사에게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죠."(이)


말은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상태를 보는 시진(視診), 심박 등을 듣는 청진(聽診), 이상증세를 보이는 부위를 만져보는 촉진(觸診) 등으로 상태를 판단해요. 필요하면 혈액 검사도 하죠. "말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배앓이(산통)가 있어요. 목장 초원에서 푸른 풀을 뜯어 먹으며 사는 말은 잘 안 걸리는 질병인데요. 경주마들은 마방과 경마장을 오가며 제한된 범위에서 생활하고 몸에 근육을 붙이기 위해 곡물 사료를 먹으며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섬세한 성격에 격렬한 운동까지 겹쳐 배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죠. 배앓이는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예방할 수 있어요."(정) "운동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말들도 있나요?" 정 수의사의 말을 경청하던 강지민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하하. 네, 가끔 있어요. 말은 생각보다 똑똑한 동물이에요. 예를 들어 넘어졌을 때 대다수 초식 동물들은 살겠다고 버둥거리다가 상태가 더 악화하거든요. 말들은 자신이 도와줄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요. 종으로 분류하자면 제 경험상 한국형 승용마인 한라마가 경주마인 서러브레드보다 더 똑똑한 것 같아요."

말의 교육과 관리를 책임지는 말 관리사부터 이들의 발 건강을 책임지는 장제사, 아플 때 돌봐주는 수의사, 사람이 말과 교감하는 법을 알려주는 승마지도사·재활승마지도사까지. 말과 관련된 직업이 이렇게 다양한 줄이야. 커다란 몸집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무섭게 느낄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자기 방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망갈 정도로 섬세하고 귀여운 동물이랍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인 가을, 시원한 바람을 쐬며 말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 말 산업에서 진로 찾으려면
「 말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소중 친구들이라면 말 산업 특성화고등학교와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 진학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운영 중인 말 산업 특성화고는 한국경마축산고, 한국마사고, 경북자연과학고 등이 있어요. 발안바이오과학고(레저동물산업과), 김해생명과학고(동물산업과), 여주자영농업고(자영축산과) 등에서는 말 관련 학과 수업을 들을 수 있죠. 대학교도 희망하는 말 관련 직업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요. 전주기전대(말산업스포츠재활과), 제주한라대(마산업자원학과/마사학과), 서라벌대(마사과), 성운대(말산업과) 등입니다.
」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승마지도사와 함께 만난 말 ‘다이아’의 갈기는 절반이 하얀색, 절반이 검은색이라 아름다웠어요. 제주도에서 말을 탄 적이 있는데, 다이아의 털은 그 말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보드라웠어요. 도핑 검사소에서 만난 은퇴한 경주마들은 다이아보다 더 기품 있어 보였어요. 하지만 사람 나이로 사춘기 때 끌려와 매일 힘든 훈련과 경기를 하고, 20대 정도에 은퇴한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죠. 말 병원에서 말의 품종에 따라 지능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배우고 말이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마풀에서 말들이 수영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고 설명도 듣다 보니 말이 운동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경주마로서의 삶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의 편자를 만드는 장제사님의 모습은 신기했고, 전시실에서 다양한 모양·재질·용도로 제작된 편자도 봤어요. 그간 말은 타고 이동하는 동물로만 알았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말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산업과 직업이 있다는 것을 배웠죠. 저는 평소에도 사람의 눈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편이에요. 눈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고, 더 진실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취재에서 만난 말들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저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강지민(서울 잠실중 1) 학생기자
말 산업 진로체험 취재를 통해 TV가 아닌 실제로 경주마의 자태를 처음 접했어요. 아름답기도 하고,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경주마와 관련해서 기수 외에도 승마지도사·장제사 등 여러 직업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어요. 승마지도사님이 경주마의 갈기를 뜯어서 손질해도 말이 고통을 못 느낀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제소에서 뜨거운 화덕에 편자를 넣으시면서 애쓰는 장제사님들의 모습이 정말 힘들어 보였어요.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습니다.
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지다영(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강지민(서울 잠실중 1) 학생기자·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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