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억 들였는데 "교도소" 악명..'박원순표 노들섬'의 착각 [르포]
2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회색의 사각형 건물로 ‘교도소’라는 별명이 붙은 복합문화공간은 주말임에도 한적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물은 1층과 2층 모두 입점 업체가 없어 통째로 비어있었다. 대중음악 공연을 주로 하는 공연장 라이브하우스는 ‘공연 시에만 개방된다’는 안내 문구가 붙은 채 문이 닫힌 상태였다. 노들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번 달 진행된 공연ㆍ페스티벌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예술섬' 꿈꿨던 노들섬은 왜 '유령섬' 됐나


노들섬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장모(51)씨는 “노들섬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긴 하지만 주차 공간이 없어 차를 몰고 오기에 최악”이라며 “그나마 지난 7월 전까지만 해도 주차장을 시민에 개방하지 않고 자기들(운영 측)만 독점해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들섬은 지난달부터 시민에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다가, 지난 15일 유료로 전환했다.
콘텐트 부재도 외면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도서체험공간 ‘노을서가’지만 대형 서점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점도 김밥집과 피자집 두 곳 정도만 있다. 회사원 이모(35)씨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기에는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편의점에서는 “밥은 나중에 다른 데 가서 먹자”며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오페라하우스→텃밭→문화공간 '오락가락 정책'

결국 2011년 10월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이 사업을 백지화했다. 박 전 시장은 노들섬을 오페라하우스 대신 주말농장용 텃밭으로 꾸몄다. 이후 ‘부지 낭비’ 비판이 나오자 2015년부터 인디밴드 음악 공연장과 자연 놀이터 등 소규모 복합공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2019년 재단장한 노들섬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민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민들은 상자 형태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이곳에 입주 희망 업체는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 감사까지…"박원순 지우기?"
노들섬은 최근 운영 과정까지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조성과 운영 실태, 운영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노들섬 사업에는 지금까지 시 예산 등 560억원가량 투입됐다. 현재 노들섬은 어반트랜스포머라는 업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서울시립대 도시기획 연구단체로, 관련 사업 경험이 없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미니태양광 사업에 이어 노들섬까지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최근 박 전 시장 역점사업이었던 미니태양광 관련 업체를 사기죄로 형사고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감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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