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결렬..작전상 후퇴? 완전 결별?

2021. 8. 2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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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8월 16일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심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안 대표가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먼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문제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던 2020년 12월 20일 안 대표는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일 만한 언급이었다. 그런데 현재 안 대표가 말하는 독자 노선이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의미한다면, 과거의 대선 불출마 언급을 번복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안 대표는 또 한 번 말 뒤집기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다.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합당에 대한 부분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월 16일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 뜻을 얻은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 범야권 대통합을 추진함으로써 반드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역시 또 다른 버전의 말 바꾸기라며 안 대표 공격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안 대표는 “제 약속은 정권 교체”며 “정권 교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합당을 말씀드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를 안 대표 역시 모를 리 없었을 터. 그런데 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을까.

추론하면 안 대표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하면 자신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나 최재형 후보 혹은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지 후보군에 편입돼 그야말로 ‘원 오브 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안 대표의 정치 생명이 상당히 위협받는다. 차라리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이 정치적 미래를 위해 더 낫겠다 패를 던졌을 수 있다.

두 번째, 이른바 제3지대 활동 공간이 과거보다 더 넓어졌다는 판단이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 모두 국민의힘에 입당했기에, 오히려 제3지대를 안 대표 본인 의지대로 만들 수 있다 판단했으리라는 의미다.

이 부분과 관련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8월 16일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층의 23.6%, 이낙연 후보 16.9%, 윤석열 후보 15.2%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지 않으면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당에 대한 충성도보다 높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속한 정당의 경쟁 후보를 지지하느니 차라리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은, 동일 정당 내 후보의 지지층 간 분열 정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재명 지사 지지층에서 이 지사가 최종 후보가 안 될 경우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이가 가장 많다. 이는 현재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지지자 사이 분열 정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제3지대 존립의 틈새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같이 이념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태에서는, 설사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한다 해도 상대 거대 정당 후보를 선뜻 지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이른바 제3지대 후보를 대신 지지할 확률이 적지 않다.

그러나 3지대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해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거 대선 사례를 보면,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는 양당 후보 중 한 명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3지대를 만든다 해도, 제3후보 지지율이 일정 수준까지 상승하면 그때 거대 정당과의 통합 혹은 후보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끝까지 3지대를 고집하다 자신도 실패하고 남도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3지대 후보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날 수 있다. 이를 안 대표는 잘 인지하고 또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재명 지사 지지층 중 반문 성향 지지자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문 성향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은, 이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되지 않으면 반문 성향 다른 정당 최종 후보를 서슴없이 지지할 수 있다. 이 또한 3지대가 노려볼 만한 측면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반문 기치를 확실히 들고 나서면 이때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볼 것이다.

세 번째, 안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합당 혹은 단일화 논의를 하는 것보다, 앞으로 뽑힐 대선 후보와 담판을 벌이는 것이 더 낫다 판단했을 수 있다.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모든 당무의 중심은 대선 후보로 이동한다. 따라서 대선 후보가 합당 혹은 연대 협상에 직접 나설 것이라는 점을 안 대표가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 안철수 대표는 일단 독자 노선을 걷겠지만, 결국은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 단 1%의 지지율을 끌어올 수 있어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선거다. 안 대표 정도 정치적 입지를 가진 인물이 독자 노선을 걷도록 국민의힘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안철수 대표 역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재의 국민의당보다는 제1야당에 들어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통합 협상 ‘결렬’이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양당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상황에서 제3후보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제3후보와 제1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 여론 관심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뿐 아니라 현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선 출마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한 심상정 의원이 출마하면, 이른바 진보 표심이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 정의당은 민주당이 제안하는 후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대 국회 선거법 개정 당시 정의당이 “민주당에 완전히 당했다”고 할 만큼 관계가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이 흥미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곧 선거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선거판 플레이어들이야 피를 말리는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선거판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유권자에게 유리한 정치를 만들 것인가만 생각하면 된다. 정치인과 정당은 추종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3호 (2021.08.25~2021.08.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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