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팀장 폭로, 중국 뒤집다..'코로나 우한 유출설' 후폭풍

정은혜 2021.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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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 팀장이 지난 2월 9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초 중국 후베이성(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팀장 인터뷰가 거센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피터 엠바렉이라는 이름의 이 조사팀장은 문제의 인터뷰에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VI) 기원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간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던 WHO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첫 증언이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자 발간호에서 “(엠바렉 팀장의 폭로와 관련해) 합동 연구의 추가 해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 반이 지났고 이코노미스트 추산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900만~1800만명”이라며 “세계가 (기원설 조사를)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중국의 노력은 초라하고 어느 정도 자멸적이며, 진실이 (우한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일수록 더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 팀장이 지난 2월 10일 우한에서의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마친 뒤 우한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엠바렉 WHO 팀장은 지난 12일 덴마크 공영방송 TV2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박쥐를 연구했던 실험실 직원이 최초감염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연구원이 박쥐 동굴에서 샘플을 채취하다 감염된다’는 시나리오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직접 전염된다는 우리의 가설과 맞다”며 “실험실이 2019년 12월에 이전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고 이 시기에 코로나19가 시작됐다”고도 짚었다.

그는 또 중국이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중국 연구팀은 (코로나19 기원과) 우한 연구소를 연관시키는 데 강력히 반대했다”며 “이틀에 걸친 논의 끝에 중국 연구팀은 우한 연구소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대신 그 가설과 관련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우한에 도착하기 전에는 중국 당국이 비자 승인을 거부해 입국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WP “중국, 무엇을 숨기기에 그토록 반대했나”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동물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한 세계보건기구 코로나19 기원 조사팀. 조사팀은 코로나 의 실험실 유출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극히 작다고 밝혔었다. [AFP=연합뉴스]
엠바렉 팀장의 폭로 이후 중국 관영 매체와 영미 언론 간에 거센 공방전이 붙었다.

15일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엠바렉은 지난 2월 9일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하다고 했었지만, 그는 이제 중국이 조사관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폭로했다”면서 “중국은 왜 실험실 누출 시나리오에 그토록 강력하게 저항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WP는 또 ‘그들(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는 아시아권 문화 탓에 인적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또는 누군가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엠바렉 팀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것이 바로 요점이다. 중국은 무엇을 숨기고 있나”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019년 9월 12일 (우한) 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박쥐 염기 서열이 삭제됐다”며 “연구실 보안 프로토콜을 변경하기 위해 6억 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들였다. 무엇이 새로운 필요를 촉발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003년 사스(SARS)와 2012년 메르스(MERS)는 발견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염 사례가 1만건 미만이었는데, 그 어떤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도 이 정도로 다른 사람 간 감염이 효율적으로 일어난 적이 없다”며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실었다.


中매체 “트럼프 그림자 남아, 전염병 정치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FP=연합뉴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을 인용해 WP가 엠바렉 팀장의 발언을 잘못 해석하거나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엠바렉 팀장은 TV2 인터뷰에서 ‘박쥐가 인간을 감염시키면서 전염병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감염이 (박쥐) 수집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면서 그는 (우한실험실 유출설이)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확률이 극도로 낮다고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CGTN도 같은 날 “전염병 상황을 정치화하지 말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통해 엠바렉의 폭로를 간접 반박했다. CGTN은 나이지리아의 중국 경제잡지 편집장 이케나 이메우의 인터뷰를 싣고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제기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그가 물러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그림자가 워싱턴에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한에서의 대규모 발병 이전에 프랑스와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하면서 “미국은 자국이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국에서 최대 20회에 걸쳐서라도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中-WHO 급랭…英매체 “서방에 경종 울렸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WP는 “중국이 WHO에 영향을 미친 방식에 WHO 조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WHO가 중국에 추가 조사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고 전했다.

WHO는 중국에 관련 자료를 추가로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바이러스 추적을 정치화하는, WHO 결의에 반하는 제안을 반대한다”고 언급한 뒤 “WHO가 코로나19 기원 공동 보고서에 제시된 과학적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원국들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를 위한 실무 제안을 내놨다”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엠바렉 팀장의 폭로가 서방에 경종을 울렸다”고 논평하며 “그의 폭로의 이면에는 중국이 수년 동안 WHO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방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WHO는 미국과 영국이 중국보다 더 많은 재정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미권 정치인들의 관심 밖에 있었고 중국은 WHO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갔다”며 “팬데믹은 여러 면에서 경종을 울리는 신호였다. 서방이 중요하지 않게 여기던 영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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