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국기 뗐다, 대통령 어딨나" 美국방부 앞 눈물삼킨 기자

박형수 2021. 8. 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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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출신 미 국방부 출입기자
1990년대 탈레반 피해 미국으로 망명
"국민 위해 싸울 대통령 어딨나" 질문
아프간 국기 문양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기자가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에게 ″탈레반이 내 조국의 국기를 떼냈다″며 눈물을 삼켰다. [인터넷 캡처]

"탈레반이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내 나라의 국기를 떼냈습니다. 국민들을 위해 싸우겠다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대체 어디 있습니까?"
16일(현지시간)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을 향해 아프가니스탄 출신 기자가 눈물을 삼키며 이같이 질문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질문을 던진 여성 기자는 1990년대 말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나지라 카리미다. 현재 아리아나 텔레비전 네트워크에 소속된 미 국방부 출입기자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국기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브리핑룸에 앉아 있다가 "대변인도 아다시피 난 아프간 사람이다. 나는 오늘 너무도 괴롭다"며 질문을 시작했다. 이어 "탈레반이 내 조국의 국기를 떼냈다. (마스크를 가리키며) 이게 내 나라 국기다. 탈레반은 대신 자기들의 깃발을 내걸었다. 지금 모두가 괴롭고, 특히 여성들이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감정에 북받쳐 잠시 눈물을 삼키던 카리미 기자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가니 대통령은 지금 어딨냐"고 물었다. 그는 "국민들은 가니 대통령이 당연히 국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니는 도망을 갔다"고 지적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 대통령도 없고, 아프간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리미 기자는 "나는 20년 전 탈레반을 겪어봤다"면서 "지금까지 아프간 여성들은 수많은 성취를 이뤘다. 그런데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 로이터


커비 대변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카리미 기자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후 "가니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이 느끼는 고통을 우리 모두 이해한다"고 답했다. 또 "당신이 걸어온 여정을 가슴 깊이 존중한다. 우리 역시 아프간에 많은 투자를 했고 여성과 소녀들이 많은 진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지금 당장은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을 안전하게 퇴각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몰려든 수천명의 피난인들. UPI=연합뉴스


한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만2000명의 아프간 특별이민비자(SIV) 수령인들을 미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과 동맹국이 아프간에 주둔할 당시 이들에게 통역·번역 등으로 협력했던 아프간인이 SIV 대상자다. 구호단체에 따르면 SIV 신청자와 그 가족 수는 8만명에 이른다. 미 국방부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이달 말까지 하루 최대 5000명을 대피시키는 게 목표다.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 카불 국제공항의 치안 상황을 감안하면 여의치 않은 과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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