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인상도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법 중 하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청년 구직자 등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고, 실업급여가 매달 평균 1조원 넘게 빠져나가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일보는 지난주(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12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만나 현안과 제도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그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를 되찾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제시했다. 또 내년 초까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중책을 맡으며 엄중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19 위기 현장부터 산재 사고, 청년 구직 현장까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더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고용노동부에 30년간 몸담았지만 매일 배움의 연속이다. 더 열심히 발로 뛰면서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
-현장에서 청년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100일 동안 청년들을 10차례 정도 만났다. 청년들은 일 경험·취업 기회·채용 정보를 얻길 원했다. 정부는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IT 등 신산업 분야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채용장려금 등 연간 80만명의 청년에게 5조원 규모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청년이 정부 지원책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기업도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 현황은.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산업안전법 개정으로 원청 책임·처벌이 강화됐고 내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된다. 최근 고용부에 산업안전보건본부도 생겼다. ‘더 늦기 전에 산재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과 국민 공감에서 비롯된 결과다. 산재 사망사고는 절반 이상이 후진국형 사고다. ‘안전관리를 하지 못하면 사업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관리하고 감독하겠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마지막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정말 어려워질 수도 있다.”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 우려가 나오는데.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을 끌어 올리려면 지출을 효율화하고 수입도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일반회계를 지원하거나 누락 근로자의 보험 가입 유도, 한시 사업이나 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 정리, 반복 수급 문제 등도 검토해야 한다. 이달 말까지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용보험료율 인상’도 재정 건전화를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지난해 노사정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기금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고용보험료율 인상에 합의했다. 다만 인상 시기나 규모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노사는 정부가 일반회계 전입금을 기금에 더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해왔다.”
-‘실업급여 퍼주기’ 논란은 어떻게 보는가.
“일각에서 ‘고용보험 고갈’ ‘정부의 실업급여 퍼주기’ 등을 주장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경제가 양호할 때 쌓이고 상황이 안 좋으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제때 쓰지 않아 대량 해고로 이어지고 실업자들이 생계비 등을 지원받지 못했다면 정부에 더 큰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실업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 지출이 많아진 것은 기금 본래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법 테두리 내에서 보호받지 못한 사례 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 사업장이 괴롭힘 사건을 숨기려 하거나 조사 이전에 괴롭힘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오는 10월에는 현행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재 규정이 시행된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 사태를 비롯해 네이버 직원, 서울대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최저임금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5.1%)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노사 이견으로 입법이 불발됐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최임위 운영방식 개선은 노사단체, 전문가 등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평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전반적으로 원만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노동자는 20만1754명으로 목표 대비 98.4%를 달성했다. 이 중 19만5745명은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 정규직 전환은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추진되는 만큼 갈등이 발생할 순 있다. 노사, 노노가 갈등보다는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 방안도 논의되고 있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의 폭은 넓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정년 연장’보다는 ‘계속 고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정년은 청년 고용과 연계해서 볼 수밖에 없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청년 고용 상황이 안 좋다. 차기 정부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최재필 기자, 정승훈 사회부장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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