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2개가 살렸다..80대 독거노인 구한 '한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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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책 논의 중 나온 아이디어
강원도 춘천에서 집 앞에 덩그러니 놓인 야쿠르트 2개가 80대 독거노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강원 춘천시에 따르면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은 2019년 초 후평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 위원이 고독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던 중 독거노인에게 일주일에 두 차례씩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을 제안한 게 시작이다.
이에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 측은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아는 통장 등에게 대상자를 추천받아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예산은 ‘春 1000인 천원나눔 계좌’를 통해 모금된 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천원나눔 사업은 춘천시민이 자발적으로 매월 1000원 이상의 돈을 기부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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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한 달에 만원만 내면 돼
이 사업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 8일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춘천의 한 아파트에 혼자 사는 A씨(80) 집 앞에 야쿠르트 2개가 며칠째 그대로 있어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한 후 다급하게 문 개방을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A씨는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있던 상태였다. 폭염 속에서 생사를 넘다들다 구조된 A씨는 이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은 후평1동에 사는 독거노인 2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1인당 매달 들어가는 돈은 1만원으로 20명을 지원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2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지역에선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로당에서 취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독거노인들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후평1동에서 통장으로 일하는 나영숙(64·여)씨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나올 때는 하루만 안 보여도 어디 갔는지 서로 물어보고 알수 있었는 데 코로나19 후로는 경로당에서 모이기 어려워져 관리가 쉽지 않다”며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처럼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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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이웃의 작은 관심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독거노인들에게 야쿠르트 갖다 드리는데 저건 생명의 끈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돌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을 야쿠르트 사업으로’라고 쓰는 등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과 이웃의 관심을 칭찬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는 그동안 독거노인의 고독사 방지를 위한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을 비롯해 노인 반찬지원을 위한 ‘밥도둑 사랑의 반찬’, 식생활 지원이 절실한 위기 독거가구 지원을 위한 ‘기운찬(饌)서비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우리동네아이좋아 사업’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해왔다.
이승희 춘천시 후평1동 맞춤형복지담당은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여러 사업 아이템 중 하나이며, 한 달에 만원이라는 비용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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