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 아닌, 일본인 모델"..3년째 철거 안되는 대전 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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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징용노동자상, 2019년 무단 설치
“모델이 (한국인 노동자가 아닌) 일본인으로 볼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대전에 일제 징용노동자상이 3년째 불법 설치물 상태로 서 있다.
평화나비대전행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한국노총 대전본부 등은 2019년 8월 13일 대전시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을 열었다.
징용 노동자상은 시민을 상대로 모금한 8000만원으로 제작했다고 평화나비대전행동 등은 설명했다. 소녀상 작가로 알려진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만든 이 노동자 상은 가로·세로 각 1.2m에 높이 2.5m, 무게 2t 크기다.
이 노동자상은 설립 당시 자연공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상을 세우면서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와 서구청 허가를 받지 않아서다.
대전시는 법률 검토 끝에 노동자상이 불법 조형물이어서 철거하지 않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대전 서구가 지난해 4월 평화나비대전행동 측에 조형물 관련 행정절차 이행 촉구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철거를 위한 행정명령 등 이후 진행된 행정절차는 없다. 서구 측은 “동상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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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모델은 일본인으로 볼 이유있어"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이근철 판사는 지난 5월 28일 노동자 상을 조각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징용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허위 사실을 퍼트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변호사)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6000만원) 소송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2019년 3월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징용노동자상 사진의 주인공이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실린 점, 이 교과서에 실렸던 일본인 노동자 사진과 징용 노동자상 인물의 외모적 특징이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노동자상 모델이 1926년 9월 9일 일본 ‘아사히카와신문’에 실린 사진 속 일본인 노동자 모습과 유사하다는 학자의 주장 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변호사는 2019년 8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서울 용산역, 대전시청 앞 등에 설치된 헐벗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며, 이는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운성 작가 부부는 그해 11월 김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김씨 부부는 소장에서 “징용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만들어 일본 교토(京都)·서울 용산역·부산·제주·대전 등에 설치했다”며 “징용과 관련된 신문기사, 논문 등을 연구해 탄광 속의 거칠고 힘든 삶을 표현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노동자 상을 구상했다”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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