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미 12년 취수원 갈등 사실상 끝..대구시장 "구미에 감사"
"낙동강 상류 '구미 해평취수장'에 대구 취수원을 옮겨 안전한 식수를 확보해야 한다."(대구시)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의 수량이 줄고 수질이 나빠질 수 있어 곤란하다." (경북 구미시)
이런 주장을 펴며, 낙동강 취수원 자리를 두고 10년 넘게 이어진 대구와 구미시의 '물싸움'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구미시가 대구 취수원 이전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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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100억 지원하고 농가소득 향상 도울 것"
권영진 대구시장은 12일 성명을 통해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활용에 (구미시 측이)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힌 것에 감사를 표한다"며 "대구시는 구미시와 협정을 체결하는 즉시 해평취수장 인근 주민을 위한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 등을 통해 인근 농가의 소득향상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활용에 따른 구미시민의 재산권 침해, 용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인 11일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구 취수원 이전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주민 피해가 조금이라도 발생한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구미에) 실질적인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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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활용" 결정
구미시의 조건부 동의는 지난 6월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의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환경부는 먹는 물 확보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이 이어지자,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만들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화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낙동강유역물관리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최종 심의·의결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구미 해평취수장(30만t)과 추가고도정수처리(28만8000t)를 통해 대구에 57만t, 경북에 1만8000t의 물을 배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구미 해평취수장을 대구와 공동 활용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구미시는 두 달여 간 반대 입장을 보이며 고민했다. 그러다 TK(대구·경북) 상생 관계, 구미시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구 취수원 이전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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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구미산단 발암물질 유출이 발단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암 의심물질인 '1, 4-다이옥신'이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낙동강은 대구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67%인 53만t을 취수하는 곳이다.
대구 취수원은 구미산단으로부터 34㎞ 하류에 있다. 구미산단이 대구 취수원 상류에 있고, 폐수 유출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불안해진 대구시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구미 해평취수장을 새 취수원 이전 후보지로 꼽았다. 구미시와 공동으로 구미산단 상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구미시가 반발했다.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의 수량이 줄고 수질도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대구가 취수원을 옮겨 공동으로 물을 나눌 게 아니라, 스스로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맞서 두 지자체간 갈등이 오랜 세월 이어졌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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