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담당 교사지만 등교 확대 찬성.. 이유가 있습니다
[이동수 기자]
방학인데도 연일 계속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요즘 난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어떻게든 중재를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믿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 학부모들과 몇 시간을 이야기하다 보면 슬그머니 부아도 치밀고, 내가 이러려고 교사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오늘도 심신이 지친 상태로 멍하니 있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또 학교폭력인가 싶어 애써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서둘러 보니 다음 주 화요일(16일)에 2학기 학사일정 논의를 위한 임시 부장 회의를 원격으로 한다는 메시지였다. 방학이라 방역업무는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8월 9일 교육부가 발표한 2학기 등교 확대 방안을 찾아보았다. 교육 회복을 위해 단계적으로 등교 확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 9월 6일부터 수도권은 2/3, 비수도권은 전면등교 가능 http://omn.kr/1urs9)
▲ 11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2학기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발표한 2학기 등교 수업 방침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도내 모든 학교의 등교 수업을 허용했다. 2021.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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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학기 개학 전 교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겠다는 교육부의 백신 접종 계획과, 무엇보다 17개월 만에 학교가 학생들로 소란스러워지는 말 그대로 학교다워지는 것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2학기 전면 등교에 찬성한다고 하자 몇몇 선생님들은 의외라는 듯 내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학교 방역 담당자시잖아요? 아이들이 등교하면 그만큼 감염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님은 반대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요. 학교 방역 담당자죠. 학교 방역 담당부장으로서 아이들이 등교 안 하는 게 좋죠. 그리고 솔직히 저도 매일 학교 오는 게 불안해요. 제가 감염돼서 가족들 감염시킬까 걱정도 되고요. 아마 선생님은 아이가 어려 더 걱정되고 불안하시겠죠?"
"맞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전면 등교 찬성하시는 거 더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 저도 제가 학생부장이 아니었다면, 코로나만 담당하는 부장이었다면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올해 거의 모든 학교들이 학교폭력, 그중에서도 사이버상의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잖아요.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 학교만 해도 아직 1학기도 안 끝났는데 벌써 코로나19가 있기 전인 2018년, 2019년 2년 동안 일어난 학교폭력 발생 건의 두 배가 넘게 일어났어요. 얼마 전 교육청 장학사 한 분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여느라 다른 일을 못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더라고요."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 지도나 학습 지도를 못 받다 보니 그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은 해요. 그래도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
"그럼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전 그 건강이라는 게 육체적 건강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아요. 학교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자랑하듯 이야기하고, 주변 어른들을 위협하면서도 촉법이라 괜찮다고, 담배 압수한다는 경찰에게 내 돈으로 산 담배 왜 당신이 빼앗냐고 하고... 물론 학교 며칠 더 온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아이들은 소수잖아요?"
"글쎄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죠. 그런데 저도 학교폭력 조사하다 알게 됐는데요 아이들의 SNS를 보니 정말 평범한 아이들까지도 성폭력 관련 부적절한 농담을 하더라고요. 안 하는 아이가 거의 없었어요. 이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아마 내년에는 또 그 후년에는 더 많은 학교폭력이 발생할 거예요."
"그래도 전 무리하게 등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감염 확률이 낮고 감염돼도 중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해도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각자의 주장을 늘어놓을 뿐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또 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난 6월 20일 2학기 전면 등교를 발표하기 직전인 6월 10일부터 16일에는 학기 중임에도 일평균 학생 38.1명, 교직원 6.3명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8월 5일부터 9일에는 방학 중인데도 일평균 학생 108명, 교직원 10.4명의 감염자가 나왔다고 한다. 4차 유행의 추세를 봤을 땐 개학을 하면 감염자는 대폭 증가가 예상된다. 걱정이다.
방학하기 얼마 전 확진자도 아닌 의심자가 나왔다고, 이해는 하지만 정제되지 않는 말로 다짜고짜 항의를 하는 학부모들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떨지 불문가지다. 이것도 걱정이다.
길어진 점심시간으로 점심도 제때 못 드시던 급식지도 선생님들, 마스크 똑바로 쓰라고 지나친 신체 접촉하지 말라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이 또한 걱정이다. 어디 이것뿐이랴. 학교 방역 담당자로서 생각할수록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11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2학기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발표한 2학기 등교 수업 방침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도내 모든 학교의 등교 수업을 허용했다. 2021.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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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활지도 때문이다. 학교폭력 담당 부장이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보다 좀 더 가까이서 생활지도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며칠 더 나온다고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더 늦어지면 나중에는 손 쓸 수 없는 한계점에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면 등교를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등교 제한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전면 등교나 제한 등교를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 선택의 문제, 그것도 즐거운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준비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 없는 선택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더 준비하고 점검해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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