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14일 굶으며 알을 키워내는 눈물겨운 부성애 물장군
물장군은 장군 같은 위용을 자랑하는
친구라서 이름이 물장군입니다.
실제 곤충치고 크기도 하지만
그 위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황소개구리도 잡아먹을 정도니
물속 최상위 포식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포식자가 알을 품고 키우는 장면을 봤습니다.
이런 지극정성이 없습니다.
이강운 박사가 들려주는 물장군의 포란,
가히 눈물겹습니다.
"인큐베이션이라고 해서 알을 품고 있는 거예요.
천적들한테 잡혀먹히지 않게 보호도 하면서요.
우선 물에서 사는 이 친구들이
물 바깥 수초나 나무에 알을 낳는 이유가 뭘까요?
그건 물속에 용존산소가 적기 때문에
산소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 물 바깥에 낳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까지가 암컷의 역할이고요.
그다음부터는 수컷이 순전히 알을 지키고 키웁니다.
알이 바깥에 있으니 쉬이 마르잖아요.
알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컷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온몸에 물을 적셔와 알을 적셔줍니다.
그다음에 발육하면서 알이 커지잖아요.
그러면 알끼리 서로 꽉 옥죄어서 공기가 안 통하게 되죠.
서로 공기가 통하게끔
뒷발로 알 간격을 넓혀줍니다.
이렇듯 수컷은 12일에서 14일 정도 먹지도 않고
계속 알을 포란합니다.
대부분 동물은 70~80%가 보통 모성애로 새끼를 키우는데
이 물장군은 부성애로 새끼를 키워냅니다."
"그럼 암컷은 뭐하나요?"
"암컷은 알을 낳고 난 다음에 그냥 가버린다든가
아니면 동종포식이라서
배고프면 수컷을 잡아먹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자기가 낳은 알까지도
막 헤쳐서 먹어요.
저렇게 수컷이 알을 품은 것과
품지 않은 것을 제가 비교 실험을 했을 때,
수컷이 없으면 알이 하나도 부화하지 않았어요."
물장군이 알을 지키고 있는 장면을 보십시오.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누가 와서 감히 해코지하겠습니까?
저렇게 무려 14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수시로 온몸으로 알을 적셔 주고,
때때로 알 간격을 조정하며,
알 품은 채 천적을 경계하는 물장군의 부성애,
가히 경이롭습니다.
핸드폰사진관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 방송국 힙(Hib)과 함께
곤충을 포함한 생물 사진과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 업로드 합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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