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는 수사대상, 공채는 당락 오류..서울교육청, 예산 11조 쥐고 '주먹구구'
불법 특별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교육청의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해 예산 10조원이 넘는 대형 기관이 됐지만, 여전히 행정은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9급 임용시험 필기 결과를 발표한 뒤 합격자와 불합격자 47명이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과문을 내고 "업무담당자의 실수로 9급 임용시험 필기시험 합격자 정정 공고를 한 바 있다”면서 “미흡한 행정 처리로 큰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교육청의 합격 번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임용시험 합격자를 발표할 때에도 자가격리자의 점수를 반영하지 않아 뒤늦게 합격자 명단에 있던 7명이 취소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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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내정 논란…서울교육청 "절차대로 채용"
조 교육감은 2018년 해직교사 5명을 불법 특채한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됐는데, 지난 6월 개방형 직위(감사관·3급 상당) 공개모집에서도 합격자 내정 논란이 불거졌다. 감사관 공모에서 현직인 이민종 감사관이 합격하자 일각에서는 "공모 형식이지만 사실상 재임용"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되풀이되고 있는 교육청 인사 논란에 대해 성현석 서울교육청 대변인은 "9급 합격자 번복에 대해선 업무 담당자를 징계하고 현재의 2단계 채점 과정을 3단계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어이 성 대변인은 "2018년 특채한 해직교사나 공채에 합격한 이 감사관 모두 교육감과 특별히 친분은 없다"며 "내부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인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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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1조·소속 공무원 7만명…'공룡' 된 교육청
교육계에서는 빠르게 큰 조직 규모에 비해 교육청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7조874억원 규모였던 서울교육청 예산은 올해 11조5836억원으로 63.4% 증가했다. 대구광역시나 경상남도 예산보다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많다. 서울교육청 소속 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7만5092명에 달한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합격자 발표같이 중요한 업무에서 연달아 실수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예산 규모 10조원이 넘는 조직이 됐지만 교육감부터 고위관리자까지 대부분 행정 경험이 적다"며 "교수나 교사 출신이 감당하기에 행정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청 행정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관계자는 "교육청 조직이 계속 커지면서 학교에 요구하는 게 많아졌다"며 "교육청이 교사의 빠른 승진 코스가 되면서 행정의 질도 낮아지고, 현장의 사기만 꺾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인사권 등 큰 권한을 갖고 있지만, 행정 실수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미비하다. 9급 임용시험에서 응시자 47명의 당락을 뒤집은 업무담당자와 팀장은 서면 경고와 '주의'를 받는 데 그쳤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채용 실수를 징계하는 규정은 없다"며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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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치르고 인사 보은…교육감 선거 바꿔야"
교육감 측근이나 특정 단체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교육감 선거를 치르다 보니 당선 후에는 선거를 도운 사람과 단체에 일종의 보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며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측근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달라진 교육청 위상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회 교수는 "교육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드는 선거를 치르다 보니 보은 인사 같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정치적 입김을 받게 하는 현행 교육감 선거제를 고쳐 행정 전문성을 갖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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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또 만든다…교총 "승진 자리 늘리는 꼼수"
교육청이 비대해졌다는 비판에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5일 교육지원청에 부교육장 지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시장·부구청장에 대응하는 직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학교 지원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고위직 승진 자리를 늘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전국 교육청 직원은 38%나 늘었지만 교원들은 행정업무가 증가했다"며 "고위직 신설이 아니라 (교육)지원청의 직제‧기능을 철저히 진단하고 개선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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