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 아베 '대망론' 타고 일본 자민당 구원할까

황윤태 2021. 8.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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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지지세 최근 들어 뚜렷해져
지지율 급락 스가 내각 위기감
자민당 지지층 아베 가장 선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9년 7월 22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9월 사임한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또다시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다. AP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 1년도 되지 않아 정치 일선으로 돌아왔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면서 지지도가 사상 최저점을 찍은 탓이다. 스가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자민당 내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입지는 더 굳건해지고 있다.

돌아온 아베

요미우리신문은 10일 발표한 전국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19%)과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18%),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7%)과 아베 신조 전 총리(10%)가 물망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반면 스가 총리는 3%에 불과했다.

이 중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노 행정규제개혁상, 고이즈미 환경상 등은 꾸준히 차기 총리로 언급된 반면 아베 전 총리의 지지세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지지통신이 지난달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 선호도에서 8.4%로 4위를 기록했는데,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는 20.4%라는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진보성향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매체 아에라닷에서도 그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노 개혁상을 제외한 여야 전체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총리직을 사퇴했던 아베 전 총리는 일찌감치 정계복귀를 타진했다. 지난 4월 한 보수성향 라디오에 출연해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며 정계복귀를 암시했다.

아베 자신이 직접 ‘포스트 스가’를 점찍으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보수성향 잡지 하나다와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에는 많은 인재가 있어 또다시 총리 취임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스가 총리 이후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나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사실상 차기 총재 잠룡들을 자신이 골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그는 지난 6월부터는 선거 준비를 위한 회의 등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포함된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 소속 중의원 96명을 위한 지원유세에도 나서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이번 중의원 선거 유세에서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가 비교적 이른 시일에 정치 일선에 나서면서 자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은근히 ‘아베 3기’ 내각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수성향 주간지 데일리신초는 최근 “현역 정치인 중 아베만큼 대중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자 지지자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벼랑 끝 스가, 아베 찾는 자민당

자민당 지지자들이 ‘아베 대망론’을 외치는 이유로는 스가 내각의 빠른 몰락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부실대응과 도쿄올림픽 강행 등으로 스가 내각은 연일 역대 최저 지지율을 경신하고 있다.

NHK가 같은 날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서는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29%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과반을 넘겼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에 기대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7%로 가장 많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지율 30% 선이 붕괴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2% 포인트 하락한 35%로 최저치를 찍었다. 전체 응답자의 66%는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새로운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삼아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일본 내 여론은 선수단의 성적과 내각에 대한 평가를 별개로 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스가 집권 이후 자민당은 선거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달 4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127석 중 33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23석)과 의석을 합치더라도 56석으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후보 60명 중 절반밖에 당선되지 못했다”면서 “정당 지지율 5%대에 불과한 입헌민주당이 15석을 얻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대패”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소다파를 등에 업은 아베 전 총리가 다시 당권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지지자들의 계산이다. 데일리신초는 “고노 개혁상의 경우 잇따른 소신발언으로 당내 다수파인 호소다파와의 관계가 안 좋은 상황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 역시 소속 파벌이 호소다파에 비해 약하다”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와 과거 지지율은 변수

아베 전 총리의 부상을 핵심 지지층의 찻잔 속 소용돌이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총리 사임 당시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데다 검찰 수사에 다시 연루된 탓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0일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된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에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심사회에서 ‘불기소가 부당하다’며 의결해 다시 도쿄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4월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초대받은 지역구 인사들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초청해 최소 1만1000엔(11만5000원) 정도의 음식을 제공하는 친목회를 연 혐의를 받는다.

지지층 밖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전 총리 역시 코로나19 대응 부족 등의 이유로 퇴임 직전 지지율이 29%로 높지 않았다”면서 “같은 이유로 지지를 잃고 있는 스가 내각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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