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돋보인 '골때녀', 남은 숙제는?

이준목 2021. 8.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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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 출연자 보호와 안전관리 시급

[이준목 기자]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여자축구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스포츠 예능 장르의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골때녀>는 여성 연예인-스포츠스타-셀럽들로 구성된 선수들이 팀대항전으로 '여자축구 미니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해 2월 설 연휴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되며 전국 가구 시청률 1회 8.4%, 2회 10.2%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6월부터는 정규편성에도 성공했다.

<골때녀>는 새 단장과 동시에 참가팀이 기존의 4팀에서 6팀으로 늘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불타는 청춘> 여성 출연자들로 이루어진 FC 불나방을 비롯하여,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그 가족들로 구성된 FC 국대패밀리, 희극인팀인 FC 개벤져스, 모델로 구성된 FC 구척장신이 다시 합류했다. 여기에 주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FC 월드클라쓰와 운동신경이 뛰어난 여배우들로 구성된 FC 액셔니스타가 새롭게 가세했다. 이들을 이끌 감독 역시 황선홍(개벤져스), 이천수(불나방), 김병지(국대패밀리), 최용수(구척장신), 최진철(구척장신→월드클라쓰), 이영표(액셔니스타) 등으로 실제 프로축구를 능가하는 화려한 올스타급 진용이 꾸려졌다.

<골때녀>는 3팀씩 A-B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치고 각조 상위 2팀이 4강토너먼트에 출한다.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잠시 휴식기와 재정비 기간을 가졌던 <골때녀>는 지난 11일부터 다시 방송을 재개하고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골때녀>는 정규편성 이후로도 6-7%의 높은 시청률로 안착하며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여성들의 축구 도전기'라는 희소성은 <골때녀>만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라고 할수 있다. 사실 출연자들이 전문 선수가 아니고 축구 구력도 짧은 초보들이 대다수이다보니 경기력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헛발질은 예사고 기본적인 룰도 모르는 경우가 아직 태반이다. 전술적 움직임보다는 그저 공만 우르르 따라다니는 동네축구 수준에 가까울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때녀>만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이러한 서투름과 미숙함마저도 포용하는 '진정성'에 있다.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으로 웃기거나 장난스럽게 하기보다는 진짜 대회에 임하는 각오로 매우 진지하게 매경기에 나선다. 바로 그 치열함과 승부욕이 <골때녀>의 경기에서 극본으로는 만들 수 없는 예측불허의 긴장감과 흥미를 선사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골때녀>는 기존의 스포츠 예능과 달리 최대한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외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자제했다. 파일럿 이후 정규편성까지 4개월 가량의 공백기간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전에 촬영해놓은 분량이 적지않을 텐데도, 불필요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회 준비 과정이나 팀훈련은 경기 흐름을 해치지않는 선에서 방송 초중반에 간간이 최소한으로 삽입되는 정도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흔히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토크나 미니게임, 몸개그 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보니 진짜 스포츠 대회 중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발톱이 빠지는 부상에도 악바리같은 투혼을 발휘한 모델 한혜진, 축구를 더 잘하고싶은 의욕에 눈물까지 흘린 개그우먼 신봉선, 체대 출신으로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박선영 등은 선수못지 않은 열정을 발휘하며 박수를 받았다. 모델 이현이나 배우 송은영처럼 실력이 떨어진다고 자책하던 멤버들도 꾸준한 노력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유일하게 외국인 멤버들로만 꾸려진 월드클라쓰팀은 최진철 감독과 함께 국적을 넘어 축구로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도전과 성장의 서사는 <골때녀>에 참가하는 각 팀과 선수들에게 고유의 캐릭터로 구축되며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정규편성된 이후 <골때녀> 조별리그는 일방적인 승부없이 거의 매경기가 한두골차 접전으로 치러지며 승부차기까지 간 것도 여러 번이었을만큼 각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된 모습을 보였다. 한골에 울고웃는 출연자들의 격렬한 반응은 모두 연출되지 않은 진심이었다. 시청자들도 경기에 뛰는 선수나 팀의 입장에서 환호하거나 안타까워하며 몰입하게 된다.

여기서 <골때녀>가 일반적인 진짜 스포츠 경기와 또다른 것은 결과보다 과정의 가치를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누가 이기고 졌냐를 부각하기보다는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승부욕과 열정에 초점을 맞춘다. 경기에서는 치열하게 맞붙지만 끝나고나서는 결과를 인정하고 상대팀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패배를 자책하기보다 오히려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의 진정한 가치를 부각시킨다.

아마추어이다 보니 당연히 잘하는 선수보다는 못하는 선수가 훨씬 더 많지만, 오히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안타까움, 의외의 활약상과 작은 성장이 주는 쾌감은, 엘리트들의 경쟁이 주는 화려함과는 또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물론 <골때녀>가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거나 '시즌제'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출연자 보호와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다.

여러 팀이 같이 출전하는 대회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방역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골때녀>는 최근 일부 출연자들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며 촬영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방송가의 취약한 방역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출연자들이 특정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 예능 제작은 더 신중해져야 한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출연자들의 부상과 혹사 우려다. 축구는 신체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격렬한 스포츠다. 출연자들이 아무래도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고 의욕만 앞서다보니 발을 걷어차거나 팔로 유니폼을 붙잡고 늘어지는 등 위험하고 비신사적인 플레이가 속출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개벤져스의 안영미는 본인의 무리한 플레이가 빌미가 되어 두 번에 걸쳐 안면에 큰 충돌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를 겪고 붕대 투혼을 펼쳐야 했다. 오나미도 대회 내내 발가락 부상에 시달렸다. 구척장신의 차수민이나 불나방의 서동주, 월드클라쓰의 사오리도 부상을 당한 채로 경기에 계속 출전하기도 했다. 

5대 5 풋살경기로 진행되는 현 구성에서 각 팀당 출전 선수가 6명밖에 없다보니 한두명만 부상을 당해도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청자들은 일부 출연자들이 거칠고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도 심판이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룰을 다소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차라리 앞으로는 팀수를 줄이더라도 출연자들을 여유있게 충원하여 최소한의 로테이션이 가능한 선수층을 확보하고, 심판들이 룰을 분명하게 짚어주면서 경기운영을 하는 것이 출연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스포츠는 승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수하게 벌어지는 드라마틱하고 아기자기한 사연들이 더 가치있는 감동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서사를 개척하고 있는 <골때녀>가 앞으로도 그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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