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교통경찰 근무 환경, '유퀴즈' 존재감 빛났다

김상화 2021. 8.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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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 평범함이 선사한 재미와 감동

[김상화 기자]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11일 방영된 118화 '1초의 승부사'편은 말 그대로 속도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나는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가락시장 과일 경매사를 비롯해서 홈쇼핑 쇼호스트, 그리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단 몇 초에 울고 웃으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사연은 늘 그러하듯 <유퀴즈>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줬다.   

이날 첫번째로 평범하면서도 좀 특별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싸이카 교통경찰이었다.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대형 오토바이와 함께 도로 위 안전을 책임지는 그의 출연에 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멋있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기피 직종?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일산 동부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문성준 경위는 그동안 <유퀴즈>를 방문한 경찰관 중 처음으로 소개된 교통경찰이다. 평소 자주 목격해왔던 싸이카 교통경찰이 각 경찰서마다 소수의 인력만으로 배치돼 있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문 경위가 근무하는 동부경찰서만 하더라도 본인 한명만 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그가 평소 담당하는 업무는 출근길 교통관리를 시작으로 법규 위반자 단속, 119 신고 및 긴급 출동 도움, 코로나 백신 수송까지 무척 다양했다. 일반적인 경찰의 근무복은 짙은 색이지만 교통경찰은 도로 위 운전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흰색 상의를 입고 근무한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몰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에어백 조끼 착용하는 것도 필수다. 이 밖에 헬멧, 다리와 발목 보호를 위한 부츠 등도 필수적이다.  

과거엔 대형 오토바이의 상징으로 불리는 H사의 400kg대 제품을 몰았지만 최근엔 B사의 300kg 무게의 신형을 타면서 근무에 임하는데 그 속도는 무려 200kg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오토바이에 대한 사람들 특유의 로망이 있다지만 막상 위험 상황도 함께 따르기에 생각보다 이 일을 지원하는 경찰이 많지 않다고 한다.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엔 나름의 고충도 존재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 급증하는 오토바이 사고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날마다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오토바이 사고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배달·주문이 늘어나면서 이륜차 사고는 예년 대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만7611건이던 오토바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만898건, 지난해 2만1258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집계 자료). 특히 사망자 수는 지난해에만 무려 525명에 달한다. 차지하는 비율로 본다면, 전체 교통사고 중 2018년 14.2%에서 지난해 17.0%로 크게 상승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인해 싸이카 교통경찰이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대는 출퇴근 무렵이 아닌 오전11시부터 오후 2시, 바로 점심 배달이 집중되는 때라고 한다. 고객을 위한다지만 교통 법규 위반이 잦아지면서 그에 따른 위험도 상존하기 마련이다. 문 경위는 헬멧 미착용으로 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그날 오후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제가 조금 더 안전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라면 그분이 헬멧을 쓰셨을 거고..."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유퀴즈>에선 의외의 사실도 하나 소개되었다. 문 경위는 일반적인 교통 업무 외에도 화재 진압, 위급 환자 이송 등 급박한 상황에 놓인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길 터주는 일을 도맡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기본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생각에서 우연찮게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평범함 속의 특별함... '유퀴즈' 존재의 이유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간 공부한 끝에 경찰관에 합격, 자신의 꿈을 이룬 문 경위의 사연에서 평범함 속에 담긴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 봉사와 희생이 말처럼 쉽지 않은 요즘,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도 아닌 일을 덧붙여 수행하는 그의 모습에서 존경과 경외의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이날 <유퀴즈>가 만난 자기님 중 교통경찰의 비중은 사실 큰 편이 아니었다. 뒤에 등장한 억대 연봉 쇼호스트,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등과 견줘 보자면 화려하거나 독특하지 않고 그저 일상 생활 중 만날 수 있는 경찰관 한 명의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 경위와의 만남은 가장 <유퀴즈> 다운 출연자의 초대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다.   

2주 만에 돌아온 <유퀴즈>가 늘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비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잠시 스쳐 지나갈 법한 존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속내를 바깥으로 꺼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유퀴즈>는 이렇게 또 한번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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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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