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복" 외친 우상혁, 인스타 아이디 'woo_238'의 마법
“상혁아. 후회 없이 하자.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은대로 보여줘!” 2020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혼잣말을 되풀이한다고 했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말을 꺼내야 그 염원이 실제로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하나씩 뭐가 터지는 것 같다”면서.
우 선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문을 건다고 생각하고 말로 내뱉는다. 그게 비결”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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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꿈꿔온 기회…행복했다”

자가격리 중인 우 선수와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행복’이었다. “밝게 운동해야 운동 효율이 높아지고, 행복감이 더 크다. 힘들게 하면 얻는 게 많지 않다”면서다. 기록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 계기도 운동을 재미있게 즐긴 순간부터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 35㎝를 날아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을 준비한 2년도 그저 행복했다고 했다. 우 선수는 “항상 꿈꿔왔던 기회였다. 누가 하라고 시켰던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어서 행복하게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건데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바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행복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체중을 10㎏ 넘게 뺀 혹독한 다이어트도 “어차피 아는 맛이고 먹으면 똑같다. 먹고 남는 건 허무함밖에 없다”는 무한긍정으로 이겨냈다. 그는 “대신 올림픽이 끝난 뒤 (자가 격리하면서) ‘1일 1 치킨’ 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종 순위 4위로 메달을 놓친 것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우 선수는 “메달 딸 생각은 하지 않았다. 25년 만에 결승을 갔으니 ‘이뤘다’는 생각을 했다”며 “2m 35㎝를 뛰었을 땐 온 힘을 다했다. 결국 4등이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힘든 과정을 다 알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말했다.
2m 39㎝를 넘지 못한 뒤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할 때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군인 신분인 걸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요. 경례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경기 끝나고 카메라가 들어오는 순간 자세를 잡았어요. 옷매무새를 다듬자는 생각과 동시에 ‘나 군인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충성!’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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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야 높이 날죠”

우 선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즐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 후회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엄청 즐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답변도 높이뛰기처럼 거침이 없었다.
Q : 다른 나라 선수들도 성격이 밝아 보였다. 종목 특성인지.
A : 그렇다. 기분이 좋아야 높이 뛸 수 있다. 흥이 올라야 중력을 몸에서 더 안 받아들이는 거 같다. 사람이 우울하면 기분이 축 처지지 않나. 높이뛰기도 똑같다. (쳐지면) 잘 안 된다.
Q : 올림픽 끝나고 인기 실감하는지.
A : 연락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귀국 때 공항에서 많은 분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격리하면서 휴대전화 보면서 다시 실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계속 늘어나니까. 올림픽 전에는 3000명이었는데. 인기 선수들이 팔로우 안 받아주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확인이 힘들 정도로 요청이 너무 많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만4000여명을 넘었다.)
Q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는.
A : 격리 중이라 올릴 게 없다. 올림픽에 대한 건 너무 많이 올리는 느낌이라 또 올릴 수도 없고. 똑같은 것만 보면 사람이 질린다. 질리기 싫다. 오래가고 싶다. 오래가서 파리올림픽까지 응원이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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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38㎝ 향해서 행복하게 운동하겠다”

우 선수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래서 내가 운동했지’라는 초심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행복을 찾았다. 앞으로도 운동에 집중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싶다”며 “즐거워지려고 운동하는 건데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해 주신 거 같다. 운동하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운동할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최종 목표 ‘2m 38㎝’를 담은 ‘woo_238’이다. “키(188㎝)보다 50㎝ 이상을 뛰는 게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의 벽”이라는 그는 3년 뒤 2024 파리올림픽 등에서 그 목표를 향해서 ‘즐겁게’ ‘행복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메달 압박 없이 준비하겠다. 가능성은 1%라도 줄면 안 되는데 압박을 느끼면 그 1%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화 인터뷰인데도 긍정 에너지가 직접 전해지는 듯했다. “행복한 인터뷰였다”는 기자의 인사에 우 선수는 “그게 닿았다면, 원하는 메시지가 갔다면 성공입니다. 만족스럽습니다”고 기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양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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