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하루 전, "부회장님 지시" 메일 꺼낸 검찰
[조혜지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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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후 재판 지연 걱정한 검찰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심리로 진행된 11차 공판의 검찰과 변호인간 첫 다툼 키워드도 '가석방'이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 후 검찰 측의 추가증거 제시에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이 "재판 절차를 지연하려는 변론"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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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에 대한 검찰의 우려는 사실 가석방 허가 단계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재계 일각에선 박범계 장관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유로 언급한 "국가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고려"라는 대목을 감안, 법무부 승인을 통한 출장 등을 위한 원활한 출국 심사나 취업 제한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기대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 업무 일정이나 출국을 이유로 핵심 피고인인 이 부회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재판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난 후 기자들에게 홍 부총리가 박 장관에게 이 부회장의 업무 편의를 요청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박 장관은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12일 취재진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과 가석방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물론 정부 당국자 누구로부터도 요청을 들은 바 없고 그건 법무부 정책이다"라면서 "취업 승인은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부회장" 주어 메일 줄줄이 제시... 변호인 반박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공판은 예정된 절차대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실무에 참여한 현직 삼성증권 간부인 이아무개 증인이 출석해 신문이 재개됐다. 검찰은 재주신문에서 제시한 메일을 통해 지배구조 지휘 라인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 이름을 언급했다.
#. 2014년 11월 4일
-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간부 발신, 삼성증권 간부 수신 이메일
"해외에서 고생하시는 상무님, 급한 요청 사항. 부회장님 지시로 지배구조 관련 급히 1주일 정도 작업을 해야하는데 한아무개 (삼성증권) 이사와 실무 간부 한 명 정도 allocation(배정) 부탁."
검찰은 증인 이씨가 2014년 7월 삼성증권 IB본부 동료로부터 받은 경영권 승계 관련 합병 계획 보고서. 이른바 "G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신문을 진행하며 해당 메일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메일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에) 관여한 게 분명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증인은 자신이 받은 메일이 아니기에 관련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은 다시 "(메일의 수신인은) 증인이 근무한 IB본부장인데, 그럼 미전실이 이 부회장의 지시로 지배구조 작업을 위해 한아무개씨와 실무자가 필요하다고 지시한 것 아니냐"면서 "(이씨가 작성한 G프로젝트) 문건은 (메일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도 보고돼야할 문건이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자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재반대신문에서 해당 메일에 '프로젝트G'라는 목적어가 없음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에 보고된 문건 내용 자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방어했다.
#. 2015년 6월 7일 증인 이씨가 IB본부팀장으로부터 받은 메일
"일일 주가 동향을 부회장한테 데일리(매일) 보고할 예정이라 합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등장하는 또 다른 삼성증권 직원 간 메일도 제시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증권 측이) 일일 주가 동향을 보고한다는 사실을 모르냐"고 물었고, 증인은 메일을 받은 자신이 아니라, (메일을) 발신한 팀장에게 물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관련 보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등장한 상황에서 진행한 내용으로 "이전까진 이 부회장을 위한 주가동향 자료를 (미전실로부터) 요청받은 적은 없지 않나"라고 물었고, 증인은 이를 긍정했다.
재판부 "증언 오염 안 되도록 유념해달라"
#3. [삼성증권 PB 의결권 확보 현황] 2015년 7월 3일
- 총 접촉 현황
전화 동의 35
PB 방문 63
동행방문 동의 29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삼성증권 측이 합병 성사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불법으로 자사 PB(Private Banker)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했다. 증인 이씨가 직접 삼성증권 IB본부 동료에게 보낸 메일 속 문건이다.
검찰은 "2015년 7월 15일에는 증인이 (삼성증권 간부에게) 삼성증권의 (의결권 확보) 활동 실적을 보내고, 삼성증권이 (물산 주주들의) 위임장 확보에 총력을 다했으며, 확보 즉시 삼성물산에 이관했다고 메일을 보냈다"면서 "삼성증권 PB가 독자적으로 위임장 권유 활동을 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증인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었단 취지로 답변을 미뤘다.
증인은 변호인의 관련 질문에선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업무는 삼성증권 PB가 삼성물산과 주주들을 연결하는 가교역할만 한 것일 뿐,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서다. 증인은 변호인의 추정에 "(위임장을) 배달만하는 그런 활동이 (문건에) 기술된 것 같다"고 첨언했다.
재판부는 공판 마무리께 증인 관리에 관한 당부를 전했다. 공판 첫 증인이었던 삼성증권 출신 한아무개씨와 현 삼성증권 소속 증인을 포함, 증인들 다수가 삼성 관계자임을 감안할 때, 검찰 측에서 우려할 수 있는 증언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재판장은 "(삼성 출신) 증인들이 업무 상 한 일에 대해 '앞선 증인은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든지, 그렇게 진술이 맞춰지는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사전 면담 등 오해가 생기면) 피고인 측 증인의 변소 내용을 못 믿을 수밖에 없으니 각별히 유념 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지금까지 검찰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었지만, 공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다음 공판에선 합병 작업 당시 삼성 미전실 차장으로, 삼성증권 IB본부와 소통하며 미전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한 최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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