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재용보다 정경심의 죄가 더 중한가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하성태 기자]
2년 6개월(30개월) 형량의 의미는 한마디로 올 추석이나 늦어도 크리스마스 때 가석방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1년여 수감생활을 했으니 앞으로 8개월 정도만 수형생활을 하면 형량의 2/3(20개월)인 가석방 수형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 지난 1월 18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페이스북글 중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을 당시, 김 전 원장은 "집행유예 선고 시에 직면할 국민적 비판을 피하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가석방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준 판결"이라 풀이한 바 있다.
▲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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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정된 수순이라 보는 편이 적절할 듯싶다. 애초 2심 법원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실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네 번의 재판에서 형량은 징역 5년에서 2년 6개월(2심은 집행유예)로 줄었고, 뇌물액은 88억에서 36억을 거쳐 86억으로 확정됐다. 그 사이 법원의 기술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글이다.
(이재용 부회장) 파기 환송심은 법정 최저 형량인 5년 이상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위해 준법감시위를 명분으로 삼으려 했으나, 재판 중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기소와 증거인멸행위 등으로 도저히 이를 명분으로 집행유예를 하기 어려워지자 실형은 선고하되, 형량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기존 2심의 2년 6개월을 선고해 올해 안 가석방 요건을 만들어준 것이지요.
박근혜 정권에 무려 86억을 뇌물로 바치고도 영어의 몸에서 자유가 된 이재용 부회장. 법무부는 '프로포폴 불법투약' 및 '삼성 합병·승계 의혹'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를 '법대로' 풀어줬다. 앞서 2심 재판부가 12년이란 검찰 구형을 무시한 채 형을 대폭 삭감하며 그 초석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를 만했다.
그리고, '국정농단 86억 뇌물횡령'보다 더 중한 죄를 짓고 4년형을 언도받은 이가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다.
이재용의 경우, 정경심의 경우
11일 2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4년, 벌금 5억 원·추징금 1억 4000만 원에서 징역형은 유지하되 벌금(5000만 원)과 추징금(1061만 1657원)을 대폭 감형했다. 입시비리 혐의에 대한 1심 판단을 모두 유지한 반면 사모펀드 및 경제 범죄는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으로 말미암아 교육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초래됐다"며 "입시제도의 근본원칙과 일반적 행동규범을 무너뜨린 피고인에게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라고 적시했다.
▲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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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년 전 국정감사 등 공식석상에서 '조국 일가족 수사'의 "스모킹 건"은 "사모펀드 범죄"이고, 본인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11일 배포한 선고 설명 자료만 봐도, 사모펀드 관련 핵심 혐의였던 코링크PE 자금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2심이 유죄로 판단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및 장내매수 혐의 등도 무죄이거나 권력형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는 법조계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이재용의 죄'보다 '조국 아내 정경심의 죄'가 훨씬 더 중한 게 맞는가.
계속되는 질문들
입시 비리 혐의는 어떤가. 지난 2018년 대법은 '정유라 이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최순실씨에게 징역 3년형을 확정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교수 및 총장이 조직적으로 연루, 입시 성적을 조작한 사건이다. 2년 전부터 검찰과 보수언론은 '정유라=조국 딸' 프레임을 씌웠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번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7가지 혐의가 과연 '정유라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 수준인지,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혐의만 늘려 놓은 사건들에 법원이 장단을 맞춘 것 아닌지 의구심을 보내는 목소리가 적잖다.
일례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동양대 전 직원들이 그렇다. 이들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법정 증언 당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재판장에게 표창장 발급에 관여했다는 전 직원의 존재를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장이 증언을 간단히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의 고교 동창인 장아무개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씨는 검찰 진술 및 1심 법정 진술과 달리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씨가 맞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이를 SNS를 통해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씨의 이러한 증언도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분분했던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도 2심 재판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한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사법부를 향한 질문은 계속된다. 재벌총수의 86억 횡령 및 뇌물죄보다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표창장 위조 혐의나 서울대 인턴증명서 위조 혐의가 훨씬 중대한 범죄냐는 물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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