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강제징용자와 화해한 日, 한국인 문제 왜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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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한 한국인 징용자들이 이들 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 배상하라고 명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가 다시 한·일간 뇌관이 되고 있다.
우치다 변호사는 책에서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 해결 과정을 상세히 전해주면서 여기서 적용된 '기업-피해자 합의' 방식으로 한국인 강제동원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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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피해자 합의' 방식 한국에도 적용해야"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한 한국인 징용자들이 이들 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 배상하라고 명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가 다시 한·일간 뇌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 해결을 주도한 일본 변호사 우치다 마사토시(76)의 책 ‘강제징용자의 질문’이 출간돼 주목된다. 우치다 변호사는 책에서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 해결 과정을 상세히 전해주면서 여기서 적용된 ‘기업-피해자 합의’ 방식으로 한국인 강제동원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책에 따르면, 일제에 의한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은 1944년 9월부터 1995년 8월까지 이뤄졌으며 피해자 수가 약 4만명이다. 한국인의 경우는 기간도 길고 피해자 수도 20여만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훨씬 더 많다.
강제연행당한 중국인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995년 가시마 건설 상대 집단소송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서 10여건 이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에 대한 전후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 의거해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2007년 히로시마 고등재판소는 니시마쓰 건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문 말미에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지극히 컸고, 상고인(니시마쓰 건설)이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을 시켜 상응한 이익을 얻었다”면서 “피해를 구제해주는 노력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부언’을 덧붙였다. 부언은 효력은 없지만 재판관들의 의견을 밝히는 형식이다.
니시마쓰 건설이 이 부언을 수용하면서 2009년 중국인 피해자·유족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됐다. ‘니시마쓰 건설 화해’는 2016년 ‘미쓰비시 머티리얼 화해’로 이어졌다. 앞서 2000년에는 도쿄 최고재판소의 화해 권고로 성사된 ‘가시마 건설 화해’도 있었다.
저자는 “한국인 강제노동 피해자 문제도 니시마쓰 건설,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화해를 결단할 때 실마리로 삼은 ‘부언’의 정신에 따라 화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선데이 마이니치’에 실린 “일찍이 가시마 건설과 니시마쓰 건설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신일철주금이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기사도 인용했다. 미쓰비시 강제동원 현장에는 군함도 등이 포함돼 있으며 한국인 피해자도 많았다.
저자가 말한 ‘부언의 정신’이란 가해 기업들이 피해의 중대성을 인정하고 화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히로시마 최고재판소 재판관들은 니시마쓰 건설 판결문 부언에 “개별 구체적인 청구권에 대해 채무자 쪽에서 임의의 자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바”라고 적어 기업 차원의 자발적 배상이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저자는 일본 기업들이 중국인 강제노역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로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을 주목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인 강제징용자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고위 관리의 말이나 판결문 등을 인용하면서 청구권협정 내 강제노역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약은 국가 간의 ‘외교 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이고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또 청구권협정을 미국이 주도했다는 점,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나 청산이라는 목표가 불분명했다는 점,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체결 당시의 한계에서 비롯된 불완전한 협정을 근거로 명백한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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