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 왔을 때 힘들어, 지금은 안정을 찾았어요"
[김도헌 기자]
▲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쟈드는?스스로를 '서드 컬처 키드(Third Culture Kid)'로 이야기한다. |
ⓒ LYL INC |
쟈드(Jade)는 제이클레프(Jclef), 미고(Meego) 등 아티스트들이 결성한 크루 비스킷 하우스(Biscuit House)에서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 역시 제이클레프와 인터뷰를 가졌던 2019년의 비스킷 하우스 파티였다. 이후 쟈드는 코나(Kona), 글로우션(GLOWCEAN) 같은 일렉트로닉 프로듀서들부터 프라이머리, 로파이(lofi), 서액터&뎁트 등 알앤비 아티스트들까지 다양한 협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2018년 첫 싱글 '런 어웨이(Run Away)'를 발표하며 데뷔한 쟈드는 지난 6월 27일 첫 정규 앨범 <홈타운(Hometown)>을 내놓으며 과감히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3년 간 그가 내놓은 싱글에서 쟈드의 모습은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퍼스널리티('Personalities'), 우울('Wallflower'), 동요하는 감정 ('Mood Swing') 등의 흐름은 감지됐지만 그 주체에 대한 정보량은 많지 않았다. 커리어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몽환과 음울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짐작할 뿐이었다.
어두운 테마의 지난 싱글들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앨범은 베레모를 쓴 파랑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커버처럼 산뜻한 밴드 구성과 간결한 프렌치 팝 기조의 작품이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비주얼라이저도 유튜브에 공개했고, 영어 가사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한글 가사 곡 ('Hometown')도 수록했다. 편안한 음악의 배경에는 앨범 제목처럼 '고향'이라는 주제 의식이 있다.
이 앨범을 통해 우리는 왜 그의 이름을 제이드가 아닌 쟈드로 읽는지, 아직 젊은 아티스트인 그가 '고향'을 언급하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됐다. 8월 5일 목요일 서교동에서 진행된 쟈드와의 인터뷰는 "명함과도 같은 첫 정규작"이라는 아티스트의 설명처럼, 하나하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너무 힘들고 계속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하지만 지내면서 이곳만의 편안함과 안정적인 부분을 파악하려 시선을 바꿨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과거의 행복만을 생각하기보다는?현실에서?새로운 감정을 찾고, 또 색다른 느낌을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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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밝은 음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우울하고 멜랑콜리한 노래를 많이 썼는데, 그런 것 외 다른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밝은 테마에 맞춰 밝은 노래를 썼습니다."
앨범에서 쟈드는 '고향' 프랑스의 흔적을 숨기지 않는다. 타이틀 곡 'Go Back'은 파리 에펠탑 배경을 배경으로 한 비주얼라이저 위 프랑스어 내레이션을 가미한 프렌치 팝이다. 낯선 땅에서 보낸 유년기의 사진으로 꼴라주한 'Hometown'에서는 겹겹의 코러스 위 낭만적인 무드로 기억의 단편을 꺼내놓는다. 그 장소는 아름답고 꿈결 같지만, 동시에 현재 닿을 수 없는 애수의 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로 하늘길이 막힌 지금은 더욱 그렇다.
타이틀 곡으로 선정한 '고백(Go back)'과 '홈타운(Hometown)', '버그(Bug)'는 앨범을 정의하는 핵심 곡이다. 여행을 하던 도중 불현듯 '한국이 아닌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한 '홈타운'은 고향이 주는 편안함을 전하고, '고백(Go Back)'에서는 진한 그리움을 전한다. 한국 교포 부모님을 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사일로 노즈라(Sylo Nozra)와 함께한 '버그(Bug)'를 통해서는 고향의 추억이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표현한다.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와 장소를 돌다 보니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스무 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것도 외로웠죠. 힘들다 보면 제일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잖아요. 음악을 하고 나서는 힘든 일이 꽤 많았어요. 그런 감정이 초기 나의 커리어에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부모님께서는 독일 베를린에 살고 계세요. 저는 거기 1년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리운 마음이 들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쓰길 원하셨어요. 노래의 서사를 특히 중시하는 한국에서 영어로 쓰면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도 주셨고요. 밝은 노래를 썼으면 좋겠다고도 말씀하셨죠. 이번 앨범을 듣고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쟈드는 < HOMETOWN >을 '세상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고급 명함' 같은 앨범이라 소개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아닐지라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정든 장소, 이국에서의 생경한 경험을 진솔하게 이끌어낸 아티스트에겐 지금 막 출발선에서 숨을 고르는 어떤 자신감과 확신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쟈드에게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마음 편히 있을 곳을 찾지 못하는 서드 컬처 키드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소중함이나 중요성을 잘 못 느끼죠. 지나고 나면 그곳이 얼마나 좋았고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되고요. 몸은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해도 우리가 어디에 있던지 어떻게 상황을 바라보고 그 장소의 어떤 점을 포착하는지에 따라 안정적이고 편안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너무 힘들고 계속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하지만 지내면서 이곳만의 편안함과 안정적인 부분을 파악하려 시선을 바꿨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과거의 행복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고, 또 색다른 느낌을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쟈드는 <홈타운(Hometown)> 앨범에서 '고향' 프랑스의 흔적을 숨기지 않는다. 타이틀 곡 'Go Back'은 파리 에펠탑 배경을 배경으로 한 비주얼라이저 위 프랑스어 내레이션을 가미한 프렌치 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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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뉴스레터 제너레이트(https://zenerate.glivery.co.kr/p/2259835938418)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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