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불편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마주: 책을 통해 저자의 인생을 마주하다]
[유영수 기자]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런데 한편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애틋함과 감사함, 미움과 아련한 감정 사이에서 엄마를 마주하는 이들에게 책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치유의 과정을 시작하는 듯하다.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내적 맹세를 하지만, 결국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악영향이 세대 전수가 되어 대대로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이 이남옥 교수의 책과 인터뷰 안에 들어있다.
▲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저자 이남옥 교수. |
ⓒ 유영수 |
-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갈등에 대해 다루다 보면, 뭔가 맴도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안을 깊이 들어가 보면 자기의 상(象, image), 타인의 상, 관계에 대한 상이 현재의 갈등과 많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세 가지 상을 만드는 근간이 엄마라는 거죠."
- 책에서 여러 예를 들면서 그 기저에는 엄마가 자리하고 있고, 엄마라는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끝내 인간의 삶은 완전해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 안에서는 아버지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물론이죠. 아버지도 가족체계 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가 엄마의 몸에서 태어나고 엄마와 최초의 관계를 맺기 때문에 아버지보다는 좀 더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엄마와 자녀의 관계가 독립적으로만 형성되지는 않고, 아버지까지 연결된 삼각관계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보아야 하겠죠."
- 엄마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주된 이론으로 '애착이론'을 소개하셨어요. 애착이론을 보면서 궁금해지는 것은, 한 번 불안정 애착으로 형성된 사람은 안정 애착으로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대물림을 통해 좋지 않은 영향을 이어가지만, 본인이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지각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배우자를 잘 만나는 거예요. 배우자 쪽의 대물림을 나의 것으로 가져오는 거죠.
두 번째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을 경우 그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제3의 관계를 맺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나 선생님, 좋은 이웃 등인데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야겠죠.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상담을 받는 것입니다.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대물림을 끊는다기보단 상담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겁니다. 대물림이 이어지는 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 비유한다면, 대물림을 끊어내는 과정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숲속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 '가장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자녀를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엄마를 가진 사람'이라고 책에 쓰셨는데요.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한 사람들의 특징은 쉽게 행복을 느낀다는 거예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행복할 만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나는 도대체 행복이 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데, 이런 분들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결핍이 많아서라고 볼 수 있어요."
- 교수님의 엄마는 어떤 분이셨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대가족에서 성장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 조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는 저를 끊임없이 지지해 주시고 실수를 해도 잘했다고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안정 애착의 전형이라고 생각해요.
대가족인 데다가 저희 집이 농사와 목장을 같이 운영해서 일이 참 많았는데도, 저희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 없다'고 하실 정도로 긍정의 아이콘이셨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하나있는 딸과의 관계가 아주 좋고요, 이제 성인이 된 딸에게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남옥 교수와 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
ⓒ 유영수 |
-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가장 주된 원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상대방이 나의 방식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부부관계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것은 결국 분화가 잘 안됐기 때문이거든요. 상대방의 가치관과 취향, 방식을 인정해 주면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 많은 부부들이 부부 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때론 부부상담을 받지만, 그 효과가 길게 가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건 실천적인 접근만을 강조하기 때문이에요. 부부학교에서는 부부대화법이나 서로에게 잘해주기 위한 방법 등을 많이 가르치는데, 그에 앞서서 설명적인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본인과 상대방, 또 각자의 원가정을 올바로 이해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해한다면, 상대방의 욕구와 행동이 밉게 보이지 않고 마음속에서부터 공감하게 되는 거죠."
- 교수님은 우연한 기회에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책에 쓰셨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성악을 공부하면서 음대에 가는 꿈을 키웠어요. 그런데 입시에 실패하게 됐고 실망스런 마음에 '아무거나 공부해 보자'하고 들어간 곳이 심리학과였어요. 졸업 후 독일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유학을 갔어요. 유학 과정에서 다시 성악을 공부해 볼까에 대한 유혹도 있었지만 이왕 공부를 시작한 심리학을 끝까지 붙잡고 온 게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줬네요.
석사까지는 그냥 단계를 밟아나가는 재미로 했다면, 박사 과정에서 '가족'이라는 테마를 만나면서 진짜 공부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실패의 경험이 나중에 보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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